한화 이글스는 2022년 9월 10일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날 옛 대전야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서 5대0 완승을 거뒀다.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SSG 잠수함 투수 박종훈을 무너트리고 거둔 승리였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2017년 4월 16일 대전경기부터 한화를 상대로 16연승 중이었다. 이 기간에 22경기에 등판해 16승1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한화 타자들에게 박종훈은 오랫동안 난공불락 요새 같았다.
'국보 투수' 선동열은 모든 상대팀들에게 공포였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가 그랬다. 선동열은 1988년 8월 11일 부산경기부터 1995년 9월 26일 광주경기까지 롯데전 20연승을 올렸다. 7년 넘게 '선동열 등판=롯데 패배' 공식이 이어졌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KBO리그 특정팀 상대 최다 연승 기록이다.
유난히 특정팀에 강했다는 건 실력은 기본이고 운까지 작용한 결과다.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드는 심리적인 압박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특정팀을 상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투입하게 된다.
한신 타이거즈 우완 사이키 히로토(28). 한신의 주축 선발이자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어깨다. 강력한 직구가 위력적이다. 올시즌 최고 시속 158km, 평균 150.9km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해 센트럴리그 이 부문 1위를 했다. 최근 2년 연속 규정 이닝을 넘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주시하고 있고, 본인도 빅리그 도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사이키가 요미우리를 상대로 거둔 성적을 보면 박종훈, 선동열을 떠올리게 된다. 사이키는 8일 도쿄돔 요미우리 원정경기에서 7이닝 5안타 무실점 역투를 했다. 5월 24일 요미우리전 이후 한 달 반 만에 시즌 6번째 승을 거뒀다.
투타 모두 한신이 요미우리에 앞섰다. 4대1로 이겼다. 3번 모리시타 쇼타가 1회초 친 시즌 21호 1점 홈런이 결승타가 됐다. 사이키는 "어제 역전패를 했는데 오늘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이겨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사이키는 2024년 7월 30일부터 요미우리전 10연승을 기록했다. 한신 선수로는 요미우리전 최다 연승이고, 1승을 더하면 전체 최다 연승 타이가 된다. 상대가 숙명의 라이벌이자 1위 경쟁 중인 요미우리라서 연승의 의미가 더 크다. 한신은 이날 승리로 요미우리와 센트럴리그 공동 1위로 어깨를 맞췄다.
위기가 이어졌으나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6회를 삼자범퇴로 넘기고 7회 안타와 4구를 내줘 실점 위기를 맞았다. 2사 1,2루에서 2번 우라타 ??스케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임무를 마쳤다. 시속 150km 직구로 마지막 타자
를 제압했다.
요미우리전 통산 27경기에서 16승4패, 승률 0.800. 올해 요미우리전 4경기에 나가 3승, 평균자책점 1.37을 기록했다. '거인 킬러'라는 수식에 걸맞은 성적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