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날 못 말리지."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9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전날 에이스 나균안의 투수 교체 뒷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나균안은 8일 KIA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94구 7안타 1볼넷 7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5승(7패)째를 챙겼다. 롯데는 11대3으로 크게 이겨 2연승을 달렸다.
다만 나균안은 스스로 투구 내용에 만족하지 못했다. 9-0으로 앞선 6회초 1사 후 김호령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내준 여파가 컸다. 김도영은 삼진으로 잘 처리했지만, 2사 후에 나성범과 해럴드 카스트로, 한준수까지 3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해 9-2로 쫓겼다.
김상진 롯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했고, 나균안과 한참 대화를 나눈 뒤 투수 교체가 진행됐다. 더그아웃으로 물러나는 나균안은 화가 난 표정이었다.
나균안은 경기 뒤 이유를 묻자 "그 상황에서 점수차도 있어서 쉽게 갈 수 있었고, 충분히 더 이닝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연속 안타가 나온 게 많이 아쉬웠고, 6회를 마무리하지 못해서 나한테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나균안은 이어 "감독님한테 가서 제발 한번만 말려달라고 코치님께 이야기했다. 어차피 처음 방문한 거니까. 한번만 말려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한번만 말려달라고 하니 감독님이 이미 결정하셨다고 해서 내려오게 됐다. 점수차도 있어서 다음 김선빈 선배 타석까지는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치님이 바꾸자고 하셔서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 감독은 "(투수코치가) 날 못 말리지"라며 웃은 뒤 "더 던져도 된다. 아무 상관 없다. 그런데 급하니까 꾸역꾸역 힘이 들어가서 무리가 올 것 같더라. 쓸데없이 무리할 필요는 없지 않나. 어떻게든 끝내고 싶어서 조급한 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나균안은 이미 전반기에 자기 몫 이상을 해냈다. 16경기에서 5승7패, 92⅓이닝,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팀 내 이닝 1위. 나균안이 전반기 내내 안정적으로 잘 버텨 줬기에 외국인 원투펀치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레미 비슬리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선발 마운드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나)균안이가 잘 던져줬다. (김)진욱이랑 (박)세웅이도 갈수록 안정감을 찾는 것 같다. 나균안과 김진욱이 잘 던져 주면서 외국인 투수들도 안정감을 찾아 갔다"고 칭찬했다.
올해 나균안이 유일하게 욕심내는 것은 이닝이다. 2021년 포수에서 투수로 본격적으로 전향한 이래 한번도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워본 적이 없기 때문. 선발투수로서 당연히 욕심을 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고, 전날 투수 교체 장면에서 그 의지가 충분히 느껴졌다.
나균안은 "첫 번째 목표는 이닝이다. 선발투수가 가져가야 하는 이닝을 조금 길게 많이 던지고 싶다. 규정이닝을 채워 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목표(규정이닝)도 아직 한참 남았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롯데는 황성빈(중견수)-고승민(1루수)-빅터 레이예스(좌익수)-한동희(지명타자)-전민재(유격수)-한태양(2루수)-손호영(우익수)-김세민(3루수)-손성빈(포수)으로 전반기 마지막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김진욱이다.
부산=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