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6년 북중미월드컵 후폭풍이 거세다. '캡틴' 손흥민(LA FC)까지 국회에 불려간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한축구협회(KFA) 청문회를 22일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체위는 이날 'KFA 현안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등을 의결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11개 상임·특위 위원장을 선출한 데 반발해 상임위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위원장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와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실태 전반에 나타난 여러 문제점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현안을 점검하고 협회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로 선임된 같은 당 이정문 의원은 "축구협회를 둘러싼 사태로 국민적 실망과 우려가 매우 크다"며 "체육 행정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를 바로 세우도록 문체위가 중심이 돼 개혁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축구는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한국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며, 역대 최초의 원정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아쉽게 패한데 이어, 1승 제물이었던 남아공에 충격패를 당했다. 남아공전은 역대 월드컵 최악의 경기라 할만큼, 졸전이었다. 한국은 조3위 와일드카드를 두고 사흘간 희망고문에 시달렸지만, 끝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홍 감독은 현지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먼저 한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언제나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후 "전 오늘부로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해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들끓었다. 홍 감독의 태도 문제까지 지적했다. 이어 주장 손흥민과의 갈등설과 선수단 내분설 등이 제기되며 더욱 불이 붙었다. 대표팀 귀국장은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로 아수라장이 됐고, 여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홍 감독은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고, 언론은 매일 같이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까지 나섰다. '이웃나라' 일본이 걱정할 정도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핵심 원칙으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후 SNS에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썼다. 곧바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특별감사 방침을 전했다. K-축구 혁신위원회도 출범했다. 국회는 예고대로 청문회 카드를 꺼냈다.
회의에서는 청문회에 부를 증인 13명과 참고인 10명의 명단도 확정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황희찬(울버햄턴)과 함께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선수가 국회로 불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여주기 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게다가 손흥민은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다. 존 토링턴 LA FC 단장은 "손흥민은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곧 팀에 돌아올 예정이다. 다른 선수들은 약 3주간 원격 훈련을 하며 휴식 시간을 보냈지만, 손흥민은 시애틀전을 마치고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충분히 내려놓을 시간이 필요하다. 목표는 LA 갤럭시전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LA갤럭시전은 18일이다. 이후 23일 솔트레이크와 경기도 예정돼 있다. 22일 국회 참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황희찬 역시 울버햄턴 잔류와 이적을 두고 고심 중인 상황이다.
증인으로는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이임생 전 협회 기술총괄이사, 이용수 축구협회 부회장,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김승희 축구협회 전무이사, 최영일·박항서 전 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채택됐다. 참고인 명단에는 '케이(K)-축구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공동위원장인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원회 위원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혁신위원인 이영표·박주호 해설위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날 채택된 증인·참고인이 모두 청문회에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회의에서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 등 (청문회 관련) 핵심 당사자들이 줄줄이 사임하고 외국으로 도피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출석 요구에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문회가 열리면 그간 논란이 제기돼 온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 전 감독 선임 과정, 협회의 밀실 운영 의혹 등이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KFA 고위 관계자는 "청문회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증인으로 채택된 현직 인사들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직은 이용수 부회장, 김승희 전무이사, 김병지 부회장, 전한진 매니저 등 4명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