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홈런더비 투수는 왜 포수, 유격수들이?
명승부였다.
2026 KBO리그 올스타전의 전야제, 올스타 행사의 꽃 홈런더비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잠실구장 철거를 앞두고 펼쳐진 마지막 홈런더비, 역사에 남을 승자는 한화 이글스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예선 7개의 홈런을 쳐 SSG 랜더스 오태곤, 팀 동료 허인서와 동률이었으나 규정상 비거리로 오태곤과 함께 결승에 올랐다. 두 사람은 결승에서도 약속이나 한 것 처럼 다시 7-7 동점을 이뤘다. 사실 강백호가 종료 직전까지 6개에 그쳐 패색이 짙었는데, 마지막 친 공이 커브를 그리다 우측 폴대를 때려 극적으로 승부를 마지막까지 몰고 갔다. 그리고 30초 서든데스에서 오태곤이 홈런을 치지 못 한 반면, 강백호는 홈런을 쳐 승부가 끝났다.
재밌는 건 결승에 오른 두 사람 모두 공을 던져준 선수들이 포수였다는 것. 강백호는 KIA 타이거즈 한준수, 오태곤은 같은 팀 조형우가 파트너였다. 또 두산 베어스 양의지와 박준순은 유격수 박찬호에게 운명(?)을 맡겼다. 심지어 홈런더비 유력한 우승 후보 KIA 김도영까지 박찬호와 호흡을 맞췄다. 강백호는 까다로운 선택으로 다른 팀 한준수를 택했지만, 다른 한화 소속인 허인서와 문현빈은 유격수 이도윤이 공을 던져줬다. 이도윤은 현재 한화 주전 2루수지만, 원래 주포지션은 유격수.
왜 포수와 유격수들이 많을까. 투수들이 던져주면 더 정확해게, 좋은 공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우연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 홈런더비 배팅볼은 적당히 빠르면서도 공이 깨끗해야 한다. 야구에서 가장 멀리 강한 송구를 뿌려야 하는 포지션 두 곳이 포수와 유격수다. 포수는 2루 도루 저지를 해야 하고, 유격수는 내야수 중 송구 범위가 가장 넓다. 어깨가 강해야 한다.
또 이 송구들은 지저분하게 휘면 안 된다. 그러면 야수들이 잡기 힘들기 때문. 어릴 때부터 강하게, 직선으로 던지는 연습을 하고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던진다. 그러니 포수, 유격수 선수들이 홈런더비에서는 인기 만점이다. 선수들은 "홈런더비 때 투수들을 세워놓으면, 본능적으로 안 맞으려고 해 코너워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기도 모르게 투심패스트볼성 공을 던지기도 한다.
실제 2012년 올스타전에서 감격의 첫 올스타가 됐던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 유격수로 공이 강하고 깨끗하다는, 홈런더비 '맛집'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당시 같은 팀이었던 강민호(삼성)에 다른 팀 진갑용(현 KIA 2군 감독), 최정(SSG) 등 다른 팀 선수들 공까지 던져주느라 진땀을 뺐었다. 당시 최정은 홈런더비에 욕심이 나 공을 던져주던 같은 팀 투수 윤희상(은퇴)을 더비 도중 강판시키고 문규현을 교체로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