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브레이크와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호화 군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핵심 영입 대상으로 전격 부상했다. 단순한 관심 수준을 넘어 정상급 유망주 2명을 포함한 구체적인 초대형 트레이드 시나리오까지 제시돼 미국 현지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최근 필라델피아가 외야 공격력과 선발진 뎁스를 동시에 보강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이정후와 베테랑 좌완 로비 레이를 한꺼번에 영입하는 파격적인 거래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미국 매체 '라운드테이블' 역시 이 제안을 집중 보도하며 현실 가능성을 타진했다.
블리처리포트가 제시한 구체적인 트레이드 칩은 필라델피아의 미래 자산과 샌프란시스코의 현재 핵심 전력을 맞바꾸는 형태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레이(LHP)를 필라델피아에게 내주고 필라델피아의 유망주 4위 내야수 아룬 에스코바와 유망주 8위 우완 모이세스 체이스를 받는 조건이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현금 보조가 필요하다.
필라델피아 입장에서는 구단 팜 시스템의 핵심인 톱10 유망주 두 명을 한 번에 내줘야 하는 출혈이 있다. 하지만 앤드루 페인터, 게이지 우드, 에이든 밀러 같은 최상위 유망주들을 지켜내면서 팀의 가장 가려운 곳인 외야와 선발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사위를 던질 만한 장사라는 평가다.
시즌 초반 9승 19패로 내셔널리그 최하위권까지 추락했던 필라델피아는 돈 매팅리 감독 체제 전환 이후 상승세를 타며 포스트시즌 경쟁권으로 복귀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 중 최다인 6명의 올스타(브라이스 하퍼, 요한 두란, 헤수스 루자르도, 브랜던 마시, 크리스토퍼 산체스, 카일 슈와버)를 배출할 만큼 전력의 뼈대는 단단하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가기 위해선 외야 공격력 보강이 최우선 과제다. 블리처리포트는 "브랜던 마시를 제외하면 필라델피아 외야는 사실상 엉망인 상태"라며 "최근 영입한 데릭 힐이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43타석의 표본만으로 풀타임을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우타 외야수들의 침체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정후는 좌타자라는 점에서 필라델피아가 당초 원했던 우타 보강 기조와는 결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정교함과 출루 능력 면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도 타율 3할4리를 기록하며 플래툰 시스템이 필요 없는 전천후 타자임을 증명해왔다.
여기에 장타자는 차고 넘치지만 꾸준히 출루하며 공격의 맥을 이어줄 교타자가 부족한 필라델피아 라인업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퍼즐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 역시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망에서 이정후를 필라델피아의 완벽한 타깃으로 꼽았다. ESPN은 필라델피아의 꿈의 영입 대상인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이 트레이드 불가 매물인 상황에서, 이정후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거액의 몸값과 계약 조건 역시 필라델피아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정후는 현재 계약상 향후 3년간 총 6,300만 달러(연간 약 2,350만 달러)의 잔여 연봉이 남아있고, 2027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계약 파기 후 FA 선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ESPN은 "필라델피아는 이번 겨울에만 7,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연봉이 팀 페이롤(총연봉)에서 빠져나갈 예정이다.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하게 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투자다. 더구나 다가오는 FA 시장에는 랜디 아로사레나, 이안 햅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외야 자원이 없다"라며 이정후 트레이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여기에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베테랑 좌완 로비 레이(올 시즌 101⅔이닝 평균자책점 3.45, 86탈삼진)까지 패키지로 묶어 선발 로테이션의 뎁스를 채운다면, 최근 앤드루 페인터의 보직 조정과 애런 놀라의 부진으로 흔들리는 선발진까지 단숨에 대권 도전용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레이의 연봉(2,500만 달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가 일정 부분 현금을 보조하는 조건까지 칩에 포함됐다.
비록 현지 언론의 가상 시나리오이기는 하나, 메이저리그 최대 큰손이자 우승 후보들이 트레이드 마감시한 최고의 카드로 이정후의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빅리그 진출 이후 정교한 콘택트 능력 하나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꽉 잡은 이정후가 과연 올여름 유니폼을 갈아입고 가을야구의 중심에 서게 될지,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시장의 눈동자가 이정후의 발끝을 향하고 있다.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