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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래 뛸 줄 몰랐다. 1위, 내 일처럼 기뻐" 끝까지 '푸른 피'였던 오러클린의 진한 이별포옹과 컴백희망

오러클린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구자욱. 출처=라이온즈TV
오러클린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구자욱. 출처=라이온즈TV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후반기 대비 선수단 훈련이 펼쳐진 14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훈련을 마친 선수단이 실내 연습장에 모였다. 잠시 가슴 뭉클한 정적이 감돌았다.

최근 메이저리거 크리스 페덱의 영입으로 팀을 떠나게 된 '대체 외인' 잭 오러클린(26)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사복 차림으로 라팍을 찾았기 때문이다.

라이온즈TV가 공개한 화면에서 오러클린은 짧지만 강렬했던 3개월 반 동안의 동행을 마무리하며, 동료들과 진한 이별의 포옹을 나눴다.

인사를 마친 뒤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감사를 표하는 오러클린. 출처=라이온즈TV
인사를 마친 뒤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감사를 표하는 오러클린. 출처=라이온즈TV

구자욱이 슬며시 씌워준 '푸른 모자' "삼성의 전반기 1위, 내 일처럼 기뻤다"

실내 연습장에 모인 동료들 앞에 선 오러클린의 표정에는 아쉬움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오러클린은 "환영해 준 선수단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사실 WBC(월베이스볼클래식)가 끝나고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에 갑자기 삼성에 합류하게 됐다. 솔직히 이렇게 오래 한국에서 뛰게 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이어 "동료들이 너무 잘해준 덕분에 팀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어 기뻤다. 삼성이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을 때는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며 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오러클린의 작별 인사가 통역을 통해 동료들에게 전달되던 중, 뭉클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캡틴' 구자욱이 사복 차림인 오러클린에게 다가가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색 모자를 슬며시 씌워준 것. 팀을 떠나더라도 영원한 '푸른 피'라는 따뜻한 메시지였다. 오러클린은 모자를 쓴 채 구자욱의 어깨를 두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선수들 하나하나 포옹을 나눈 오러클린은 "남은 시즌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꼭 우승하기를 기원하겠다"는 덕담과 그라운드 위 기념촬영으로 정든 선수들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 승리한 삼성 오러클린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7.09/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 승리한 삼성 오러클린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7.09/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삼성의 경기. 삼성 오러클린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11/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삼성의 경기. 삼성 오러클린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11/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난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이어진 구단 공식 채널 '라이온즈TV'와의 인터뷰에서 오러클린은 이별의 슬픔과 아쉬움을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호주와 미국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모든 게 새롭고 놀라웠다. 팬들, 동료들, 한국의 야구, 그리고 대구라는 도시까지 정말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난다. 앞으로도 또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복귀에 대한 희망과 여운을 남겼다.

그는 "당연히 슬프다. 3개월 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 선수들이다. 선수들 한 명, 한 명 모두 기억에 남는다. 떠나는 게 너무 슬프지만, 남은 시즌 다들 잘 마쳐서 꼭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남겼다.

오러클린은 동료들을 향해 "너희는 정말 최고였어.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고, 꼭 우승해라"라고 했고, 팬들을 향해서도 "최고의 팬들이었다. 항상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린다. GO 라이온즈!"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정든 라이온즈파크에서의 기념촬영. 출처=라이온즈TV
정든 라이온즈파크에서의 기념촬영. 출처=라이온즈TV

아쉬운 이별, 하지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오러클린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비록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짧은 여정을 마쳤지만, 그가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투혼과 팀을 향한 진심은 삼성 팬들과 선수단 가슴속에 깊이 각인됐다.

이별은 아쉽지만, 영원한 이별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오러클린이 남은 시즌 미국리그 등에서 뛰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 '아시아쿼터'를 통해 삼성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일말의 여지도 남아있다.

캠프 막판 부상으로 이탈한 맷 매닝 대체 외인으로 삼성에 입단한 오러클린은 105일 동안 선발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소화하며 17경기에서 83⅓이닝 동안 5승5패, 4.8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불안정한 연장 계약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고한 잭 오러클린. 그의 바람대로 삼성이 후반기 독주를 이어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다시 라팍에서 재회할 수 있을지, 여운이 남는 뭉클했던 이별의 장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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