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랜드가 이변을 일으켰다. 용병 없이 오리온스를 물리쳤다.
반면 오리온스는 전력누수가 없었다. 스케줄이 문제이긴 했다. 오리온스는 토요일(18일) LG전을 치른 뒤 연전이었다. 반면 전자랜드는 하루 쉬고 경기하는 상황.
그러나 이것도 변명이 되지 않았다. 오리온스는 11일 모비스전을 치른 뒤 사흘을 쉬었고, 15일 SK전 이후 이틀을 쉰 상황. 반면 전자랜드는 지난 주에만 세 경기를 치렀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신력은 실종됐고, 기본적인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 37-39로 뒤질 때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3쿼터들어 오리온스의 경기력은 급강하했다.
전자랜드는 힐의 공백을 장신 포워드 4명을 동시에 기용하며 메웠다. 문태종, 이현호, 함누리, 이한권, 주태수를 번갈아 기용했다. 결국 골밑에 미스매치가 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오리온스의 협력수비는 전혀 효율적이지 못했다.
오리온스의 공격은 너무나 단조로웠다. 크리스 윌리엄스에게 집중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6~9점차로 뒤지는 상황. 1차 승부처였다. 하지만 공격의 집중력은 전혀 없었다. 윌리엄스에게 더블팀이 오자, 밖으로 빼줬고 오리온스 슈터 전정규는 수비가 붙은 상황에서 3점슛 2개를 던졌다. 불발이었다.
3쿼터 2분을 남기고 60-50, 10점차까지 벌어졌다. 전자랜드는 함누리 이한권 문태종이 연속 골을 넣으며 66-52로 3쿼터를 마쳤다. 1차 승부처에서 전자랜드가 완전히 우위를 점했다. 오리온스의 집중력 저하가 낳은 재앙이었다. 삼성에서 오리온스로 이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김동욱의 움직임도 문제가 있었다. 경기내내 외곽을 겉돌았다. 물론 가드가 약한 오리온스의 특성상 김동욱이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할 순 있다. 하지만 내외곽의 밸런스는 맞춰야 한다. 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강력한 몸싸움 능력이다. 2008~2009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의 함지훈을 골밑에서 꽁꽁 묶었던 파워의 소유자다. 하지만 스스로 가장 강력한 장점 하나를 버렸다. 농구를 쉽게하려는 것은 좋지만 몸을 사려서는 곤란하다. 그가 좋은 자질에도 불구하고 특급선수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장점을 꾸준히 코트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스에서 유일하게 좋은 평가를 할 선수는 최진수였다. 6득점, 2리바운드로 기록은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경기내내 홀로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고 리바운드 다툼을 했다. 그리고 컷인 찬스를 노리며 부지런히 내외곽을 오갔다.
4쿼터 3분23초를 남기고 오리온스는 이동준과 윌리엄스의 골밑슛으로 68-73, 5점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완벽한 3점슛 찬스를 만들었고, 이한권이 깨끗이 꽂아넣었다. 골밑에 볼이 투입되자, 4명의 수비수가 몰려들었고, 결국 외곽에 찬스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리온스의 수비미스.
오리온스는 김동욱이 경기종료 1분1초를 남기고 속공 3점슛으로 거센 추격을 했다. 74-78, 4점 차. 그러나 결국 패했다. 전자랜드가 노련하게 잘 마무리했다.
사실 단지 한 경기만으로 너무 많은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6강이 결정된 상황. 하지만 오리온스는 이런 경기를 펼쳐서는 곤란하다.
일단 최진수를 비롯해 발전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이 있다.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을 바라보는 팀이다. 내년 혼혈선수 3명(이승준, 문태영, 전태풍)이 풀린다. 전태풍이 만약 오리온스로 가기라도 한다면, 오리온스는 판도를 뒤흔들 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때문에 올 시즌 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좀 더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야 한다. 유망주들의 경험과 실력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무대는 실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리온스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경험부족에 의한 한계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정신력과 자세에 관한 문제였다.
전자랜드 문태종은 또 한 번 오리온스 유망주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문태종은 29분을 뛰면서 16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사실 기록이 문제가 아니다. 여유로움과 집중력을 동시에 가진 움직임을 보였다. 3쿼터 승부처에서 고비마다 영양가있는 득점을 올렸다. 경기종료 22초를 남기고는 경기에 쐐기를 박는 블록슛을 하기도 했다. 오리온스 김민섭의 골밑돌파를 끝까지 따라가 방해했다.
문태종은 이날 '집중력 있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반면 오리온스는 '근거없는 자만심'으로 코트를 누볐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