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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풍은 여전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정규리그 막판 다친 왼쪽 허벅지 부상이 좀처럼 낫지 않았다.
경기 전 전태풍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그는 가슴을 탁탁 치며 "답답해 죽겠다"고 했다.
몸을 풀던 모비스 양동근이 전태풍에게 다가왔다.인사를 건네자 전태풍은 "좀 살살해"라며 농담을 건넸다. 그들은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 자리를 다투고 있다. '공격형' 전태풍과 '수비형' 양동근은 묘한 라이벌이다. 양동근은 웃으면서 "에이 어떻게 살살해요"라고 했다. 그러자 전태풍은 "내가 들어갈 때까지 좀 기다려. 5차전까지 가야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전태풍이 빠진 KCC는 타격이 있었다. 경기 초반 외곽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쿼터 5분41초를 남기고 22-31로 뒤졌다. 하지만 KCC 허 재 감독은 전술의 변화를 줬다. 골밑에 깊숙히 배치했던 자밀 왓킨스를 자유투라인 부근으로 이동시키며 하승진과 하이-로 게임(자유투라인 부근의 하이 포스트와 림 아래쪽의 로 포스트에서 공격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시종일관 골밑에 볼이 투입될 때 더블팀을 들어갔던 모비스 수비는 균열이 생겼다. 하승진이 골밑슛을 시도했고, 적중되지 않으면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재차 공격했다. KCC의 골밑 우위를 적극 활용하는 간단하면서도 파괴적인 공격방법이었다. 결국 KCC는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을 37-32로 마쳤다.
그런데 변수가 작용했다. 모비스 함지훈이 3쿼터 중반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그런데 KCC 왓킨스 역시 3쿼터 3분28초를 남기고 4반칙으로 위험해졌다. 누가 살아남느냐에 따라 승부의 추가 확 기울 수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왓킨스가 버티지 못했다. 4쿼터 7분41초를 남긴 상황, 55-51로 모비스가 재역전한 상황에서 김동우가 3점슛을 던졌다. 왓킨스가 블록슛을 시도했지만, 김동우의 얼굴을 쳤다. 슛은 림으로 빨려들어갔고, 모비스의 4점 플레이가 됐다. 모비스에게 더욱 큰 호재는 왓킨스가 5반칙 퇴장당한 것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왓킨스의 퇴장으로 KCC의 공수 밸런스는 급격히 무너졌다. 레더가 지친 하승진 앞에서 연속 6득점에 성공했다.
3쿼터 5분26초를 남기고 박구영이 좌중간에서 3점포를 작렬시켰다. 전광판에 찍힌 스코어는 68-55,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이었다.
모비스가 KCC를 76대68로 눌렀다. 2연승을 거둔 모비스는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정규리그 1위 동부가 기다리고 있는 4강에 진출한다.
박구영이 프로 데뷔 이후(2007년)한경기 개인 최다인 26득점(3점슛 6개)을 폭발시키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KCC는 하승진(22득점, 12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 단 2개의 3점슛만 기록한 외곽포가 여전히 부진했다. 전태풍의 공백이 뼈아픈 2차전이었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