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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직체육관은 마치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전력은 백짓장 차이. 코트 안의 변수가 고스란히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양팀 사령탑은 잘 알고 있었다.
1쿼터부터 경기내내 접전이었다. 3, 4쿼터 중반 KT가 7점을 앞선 게 양팀의 가장 큰 스코어 차이였을 정도였다.
35-35, 동점상황에서 KT가 리드를 잡는 상황. KT의 기세가 올라야 할 상황이었지만,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과 이환우 코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계속 쳤다. 수비가 좋았다는 의미. 행운의 3점슛에 대해 신경쓰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KT 전창진 감독은 즉각 응수했다. 전자랜드의 2쿼터 마지막 공격. 허버트 힐이 골밑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KT 용병 찰스 로드가 득달같이 달려들며 블록슛에 성공했다. 결국 2쿼터 종료. 하프타임 휴식을 위해 라커룸으로 향하던 전 감독은 로드를 불렀다.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정규리그 로드의 플레이에 비판을 보내던 전 감독은 없었다.
'선수들 기 살리기'에 나선 양팀의 벤치. 벤치싸움은 장군멍군이었다.
'미친 존재감' 박상오
1차전 전자랜드 문태종에게 완벽하게 당한 박상오. 경기 초반부터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고비마다 3점슛 6개를 포함, 27득점을 올리며 전자랜드의 추격을 뿌리쳤다.
수비에서도 문태종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는 "1차전에 많이 뛴 문태종이다. 2차전까지 그런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다. 문태종의 움직임을 사전차단했다. 정말 죽기살기로 수비했다. 결국 4쿼터에 지쳐서 (송)영진이 형에게 수비를 바꿔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3쿼터 2분57초를 남기고 45-52, 7점차로 뒤진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타임아웃을 불렀다. 그는 "당황해 하지 마라. 우린 4쿼터에 항상 승부를 본다. 더 이상 점수를 벌리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3점슛 두 방을 가동했다. 허버트 힐에게 KT가 어정쩡한 도움수비를 가자, 강 혁과 정병국이 터뜨렸다. 결국 3쿼터는 KT가 54-55, 1점 뒤진 채 마쳤다.
박상오의 맹활약에도 3쿼터가 끝나자 KT 벤치에서는 패배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전 감독이 "쟤네들(전자랜드)도 힘들어. 너네들만 힘든 게 아니야. 이겨내야 돼"라고 독려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 그랬다. KT는 올 시즌 네 차례나 2쿼터까지 앞서다가 3쿼터에 역전을 당한 뒤 패배했다. 전 감독은 "머리가 아팠다. 나는 그런 걸 믿지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 같아서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박상오는 '미친 존재감'을 보였다. 4쿼터 시작하자 마자 3점포로 가볍게 역전시켰다. KT는 4쿼터 초반 불안한 흐름에서 벗어났다.
결국 경기종료 직전까지 접전이 이어졌다. 72-71로 KT가 앞선 경기종료 24.1초. 전자랜드가 박상오에게 파울작전을 감행했다. 그는 자유투 밸런스가 그리 좋은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침착하게 1구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2구는 실패. 박상오는 "2구도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림에서 튀어나왔다"고 했다.
1차전 조성민의 자유투 악몽(경기 직전 조성민은 자유투 2개를 얻었지만, 2구째를 실패해 연장전에 돌입했고 결국 KT는 패했다)이 떠오르는 듯 했다.
73-71, KT의 2점 차 리드. 남은 시간은 24.1초. 만약 전자랜드가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켜 연장전에 들어가면, 심리적인 우위는 확실히 전자랜드 쪽으로 향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볼을 잡은 이한권이 문태종을 찾았다. 박상오는 "문태종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볼을 내밀고 있더라. 그래서 본능적으로 툭 쳤는데, 볼에 걸렸고 험블이 났다"고 했다.
볼을 뺏은 박상오는 그대로 림을 향해 돌진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틸에 의한 레이업 슛. 75-71, 4점 차 남은 시간은 2.8초.
마지막 마무리까지 박상오의 몫이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