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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점 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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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 12시에 은퇴식이 시작됐다.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아있던 추승균은 "많이 떨리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16년간의 프로생활을 어찌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까. 추승균은 잠시 생각을 하다 감사 인사로 은퇴소감의 첫 장을 열었다. "이제까지 아껴준 KCC 구단과 단장님 이하 프런트. 그리고 허 재 감독님과 코치님들, 후배 선수들. 모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평생 농구를 하는 데 있어 옆에서 항상 뒷바라지 해준 가족에게 감사합니다". 1분도 채 안 걸린 짧은 인사말이었지만, 이 말 속에는 추승균의 진심이 배어있었다.
그 자신은 '소리없는 남자'였지만, 선수생활은 정말 화려했다. 자신의 표현처럼 추승균은 지난 15시즌 동안 '모든 것을 이뤄본' 선수였다. 97년 KCC 전신인 현대 다이넷에 입단한 추승균은 97~9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총 15시즌을 뛰며 정규시즌 3회 우승(준우승 3회)과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준우승 3회)의 영광을 경험했다. 우승반지를 한손도 모자라 양손에 끼어야 할 정도다.
게다가 2008~2009시즌 때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남자 프로농구 사상 두 번째로 개인통산 1만 득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는 추승균이 선수 생활을 통틀어 잊지 못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장면이다. 추승균은 "2008~2009시즌에 주장으로서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하고, MVP까지 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개인 통산 1만점 돌파 역시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금메달이나 플레이오프 개인통산 득점 1위(1435점), 플레이오프 개인통산 출전경기(109경기) 1위의 업적 역시 화려한 추승균의 발자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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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이뤘다'는 추승균은 과연 자신의 현역시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는 망설임없이 "93점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한 점수다. 워낙에 많은 우승과 대기록을 남겼고, 또한 성실함의 대명사로 명성을 떨쳤으니 그 정도 점수는 충분히 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럼 100점이 아닌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추승균은 "다른 것은 다 해봤는데, 정규시즌 MVP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100점에서 7점 마이너스다"라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현역 시절을 함께 경험했던 KCC 허 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추승균은 정말 '소리없이 강한 남자'라는 닉네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나도 선수생활하고 은퇴해봐서 추승균의 지금 심정을 잘 안다"면서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제2의 인생이 있다. 은퇴 후에도 '소리없이 강하게' 제2의 인생을 잘 펼쳐가길 바란다"며 후배의 앞날에도 좋은 일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덕담이다.
마지막으로 추승균은 자신이 떠난 KCC의 선전을 기원하며 팬들의 변치않는 성원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제2의 소리없이 강한 남자'로 군복무중인 강병현을 지목했다. 강병현이 자신의 후계자로서 KCC의 영광을 다시 재현해주길 바란 것이다. 추승균은 "군대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올 것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후배의 분발을 촉구하며 은퇴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