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진 '용병잔혹사', 제도 탓일까

최종수정 2012-11-12 11:26

동부 외국인 선수 줄리안 센슬리. KBL제공


30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2012-2013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가 열렸다. 오리온스 레더가 모비스 천대현을 따돌리며 리바운드볼을 따내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외국인, 너 때문에 웃고 운다.'

늘 그랬지만 올 시즌은 유독 도드라진다. 부침이 심하다.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이야기다. 이방인 선수들의 연착륙 여부가 초반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향력, 아쉽게도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변수다. 잘하는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을 상승시키는 모습이 아니다. 반대로 팀에 적응 못하거나, 실력이 없거나, 부상으로 쓰러진 외국인 선수가 고비마다 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트라이아웃과 2명 보유-1명 출전 회귀) 이후 각 팀의 외국인 선수 적합도는 크게 떨어졌다. 맞춤형 외국인 선수를 고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선수 풀과 몸값 한도가 정해져 있으니 뽑을 수 있는 선수, 교체 가능한 선수가 뻔하다.

시행착오가 부쩍 늘었다. 교체가 빈번해졌다. 그나마 2번의 교체 한도가 있으니 고육지책으로 트레이드를 통한 돌려쓰기를 한다. 마치 외국인 시장이 꼭 재활용 시장같다. 천신만고 끝에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선수를 뽑으면 다치기 일쑤다. 준비가 덜 된 탓이다. 괜찮은 실력에도 불구, 싼 값에 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동부와 삼성은 보우만과 센슬리를 맞 트레이드했다. 처음에는 거래 효과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듯 둘 다 무릎을 다쳐 짐을 싸야할 위기다. 동부는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토마스마저 기대 이하의 활약으로 퇴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자칫 외국인 선수 때문에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을 판이다. 맨 처음 뽑은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바꾼 삼성과 동부는 나란히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 KGC는 파틸로 때문에 웃다가 울고 있다. 오세근의 이탈에도 초반 상위권 유지 비결은 탁월한 운동 능력을 지닌 파틸로의 맹활약에 있었다. 하지만 금세 밑천이 드러났다. 골 정확도가 떨어지는 약점이 간파되면서 상대 팀 수비가 밖으로 밀어내자 위력이 뚝 떨어졌다. 그의 부진과 함께 팀도 하락반전했다.

시즌 전 새로운 우승 후보로 꼽히던 오리온스와 모비스도 외국인선수가 선두권 도약에 발목을 잡고 있다. 오리온스 팬들은 시즌 개막부터 부상으로 이탈했던 검증된 용병 테렌스 레더만 합류하면 상승세를 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1라운드 막판 합류한 레더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4경기 평균 6.75득점에 3.5리바운드. 일시적 부진이기를 바라는 오리온스는 연패 속에 5위로 쳐졌다.

모비스는 리카르도 라틀리프로 인해 오랜 시간 속앓이를 했다. 지난 시즌 미주리 대학을 우승으로 이끈 실력파 선수. 하지만 첫 해외 생활, 첫 프로 무대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하자 모비스가 흔들렸다. 유재학 감독은 "NBA 선수와 매치업도 가능했을 정도"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라틀리프. 유 감독의 오랜 기다림에 부응하기 시작하며 백조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11일 울산에서 열린 동부전에서 26득점, 9리바운드로 3연승을 이끌었다.


수준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초반부터 크게 요동치고 있는 KBL의 업다운. 교체에 필요한 직접 비용은 물론, 외국인 선수로 인해 야기되는 내부 갈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를 감안하면 자유계약제도보다 비용절감효과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하늘 아래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한국농구의 발전 속도와 기대 수준을 감안하면 성급한 제도 변화가 아니었나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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