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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외국인선수만 바라보고 있더라니까…."
2점차로 석패한 뒤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은 "모두 샌포드만 바라보고 있더라"며 입맛을 다셨다. 샌포드가 13득점 13리바운드로 하나외환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보였지만, 그가 막히기 시작한 3쿼터부터 사실상 주도권을 내줘야만 했다.
샌포드는 3쿼터에 자유투로만 3득점을 올렸다. 여유 있게 앞서가던 하나외환은 계속된 득점 실패로 우리은행에 1점차까지 쫓겼다. 결국 4쿼터 시작 후 3분여 만에 동점을 허용한 뒤 경기를 내줘야만 했다.
외국인선수에게 공을 주고, 득점까지 해결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외국인선수가 볼을 잡고 상대 수비를 흔들면, 그때 빈 공간에서 새로운 공격루트를 뚫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됐다는 아쉬움이었다. 실제 샌포드가 상대 베테랑 외국인선수 티나 톰슨에게 플레이 패턴을 읽히고 밀리기 시작하자 선수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사실상 외국인선수 하나만 믿고 경기한 것이다.
승장이 된 위성우 감독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한숨 밖에 안 나온다"며 입을 연 위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 어쩔 수가 없다. 무조건 외국인선수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혀를 찼다.
당초 티나를 30분 정도만 기용하려 했는데 교체하지 않는 상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40분 풀타임을 기용했다고도 했다. 국내선수들에 비해 운동능력이 월등히 좋은 외국인선수들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아쉬움이다.
주장 임영희는 경기 후 "1,2쿼터 때 티나에게 공을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 감독님이 그 부분을 질책하시더라"며 "(10점차로 뒤진) 1쿼터 땐 정말 우리가 서서 경기하고 있었다. 후반에 그걸 극복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영희의 말대로 우리은행은 이 단점을 빨리 극복한 덕분에 7연승의 기쁨을 누렸다. 게다가 최고령 외국인선수 티나는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활약을 펼쳤다. 내외곽을 오가며 3점슛 3개 포함 19득점 14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티나는 기존에 지명된 루스 라일리가 계약을 거부하면서 3일 전 급하게 우리은행에 합류했다. 고령(37)에 선수들과의 호흡이 걱정됐다. 하지만 WNBA 최다 득점(6751점)과 최다 출전시간(1만4561분) 기록을 가진 베테랑답게 금세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 공격과 수비가 골밑에 집중되는 걸 간파한 뒤엔 외곽으로 상대 수비를 끌고 나와 3점슛을 터뜨리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신한은행을 갖고 논 삼성생명의 해리스나, 노장의 관록을 보인 우리은행의 티나는 제도 도입 첫 날부터 맹활약하며 국내선수들을 잔뜩 긴장케 했다. 이제부터 새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령탑들의 분석대로 '외국인선수 한 명만 바라보는 농구'에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 그래야 '리그의 흥행'이라는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