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니갱망] KBL

기사입력 2015-03-31 20:07


챔프전 맞나요? 3층은 텅텅 비었다. 한산한 울산 동천실내체육관. 사진제공=KBL

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니갱망 코너'의 취지 설명은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 중 생길 수밖에 없는 승부처의 실수나 부진한 선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이날은 해당사항이 없다.

31일 울산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프 2차전. 니갱망 주인공은 KBL이다.

아무리 봐도 챔프전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화요일 오후 5시. 대부분은 시민들이 오기 쉽지 않은 시각. 농구팬 대신, 공중파 중계를 택한 KBL의 결정.


모비스 측은 관중동원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사상 초유의 챔프전 무료관중을 들여보냈다. 학생증을 지참한 초, 중, 고교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역대 챔프전 최소관중은 2960명. 이날 3028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순수 유료관중만 다지면 역대 최소(2841명)였다. 게다가 3400명 정도의 정원을 가진 원주치악체육관에 비하면, 6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이다. 분위기 자체가 썰렁할 수밖에 없었다.

챔프전이었지만, 챔프전이 아니었다. 숨막히는 분위기, 팽팽한 신경전, 그리고 체육관을 가득채우는 뜨거운 함성은 챔프전의 트레이드 마크. 하지만 이날은 그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일 오후 5시 경기를 만든 KBL 때문이다. 그 중 최고 결정권자인 김영기 총재는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KBL 수장인 김 총재가 챔프전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모든 게 비상식적인 챔프 2차전이었다. 게다가 KBL은 1차전 기습적인 플래카드 시위와 수많은 비난에도 별다른 반성의 기색이 없다.

단지 "어쩔 수 없었다. 이해해 달라"는 양해가 그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무책임감과 소통 부재, 그리고 독단과 독선만이 남아있는 모습.

자연스럽게 경기장 분위기는 한산해 보였다. 챔프전을 고려하면 그런 상실감은 더욱 컸다. 농구를 보고 있는 팬이나,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그리고 취재하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챔프전에서 자연스럽게 발산될 수 있는 특유의 긴장된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런 숨막히는 긴장감을 즐길 수 있는 챔프전의 묘미.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지금까지 가장 완벽한 '니갱망'. KBL의 비상식적 행정이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