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대학 최강 고려대, 왜 더 많은 진화가 필요한가

기사입력 2015-08-17 16:57


대학 최강 고려대. 김주성 윤호영이 빠진 동부를 쉽게 잡아냈다. 확실히 대학 최고의 팀 답다. 최고의 재능들이 모여있는 팀. 하짐나 팀과 개인의 발전과제와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제공=KBL

사실상 경기 전부터 고려대의 압승이 예상됐다.

동부는 김주성과 함께 윤호영마저 후방십자인대가 늘어나면서 부상을 입었다. 원래 좋지 않았던 무릎이 악화됐다.

17일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프로-아마 최강전 동부와 고려대의 경기. 대학 최강 고려대는 대표팀에 차출된 이종현과 강상재의 더블 포스트가 굳건한 팀이다. 게다가 역시 대표팀에 명단을 올린 수비력이 뛰어난 포워드 문성곤과 대학 최고 수준의 가드 이동엽 최성모 등이 포진해 있다. 결국 고려대가 69대55로 승리를 거뒀다.

이종현과 김봉수, 그리고 강상재

눈여겨 봐야 할 매치업이 있었다. 동부는 주전 센터로 김봉수를 내세웠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김봉수는 기술과 스피드는 투박하지만, 파워만큼은 리그 정상급 선수다. 때문에 식스맨으로 수비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이종현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매치업이 될 수 있었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면 그의 포스트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는 12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확실히 골밑 수비의 존재감이 있었다. 동부 가드들은 제대로 골밑돌파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수에서 미세한 약점은 여전했다. 김봉수를 상대로 효율적인 포스트 업 공격을 하지 못했다. 이날 동부 정도의 포스트라면, 이종현의 골밑 장악력은 극에 달했어야 했다. 두 차례 훅슛으로 공략하긴 했지만, 골밑 몸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파워가 좋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문제는 파울 자유투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소극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정교한 것도 아니다.

물론 위력적인 장면이 있었다. 4쿼터 5분42초를 남기고 이종현은 속공 찬스에서 패스를 받아 그대로 덩크슛을 쐈다. 확실한 골밑 기술이 없고, 외곽 플레이도 되지 않는다면, 활발한 트랜지션으로 자신의 높이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소속팀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세부 기술도 익혀야 하지만, 당분간 폭넓은 활동력 자체를 유지하는 체력과 근성이 단기적 과제다. 현 시점에서 김종규와 가장 차이나는 부분이다.

이종현은 수비에서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는 가드의 돌파를 차단하는 블록슛 타이밍 센스가 천부적이다. 그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활동력으로 이런 부분마저 약화됐다. 이종현의 여러가지 약점을 강상재(2m3)가 잘 메워줬다.

사실상 경기를 지배한 선수였다. 23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고교시절 포워드였던 그는 기술이 매우 좋은 빅맨이다. 좌우 돌파기술과 함께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매우 강한 선수다. 물론 운동능력에 문제가 있다. 스피드가 떨어진다. 때문에 대표팀에서 기용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프로에 들어온다면 즉시 전력감으로 충분하다. 결국 고려대는 강상재의 맹활약으로 초반부터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37-29로 전반을 앞선 채 마쳤다. 동부 입장에서는 전반적 야투율이 매우 좋지 않았다. 이날 22개를 시도 5개의 3점포(23%)만을 넣었다. 골밑이 열세인데다, 외곽마저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서 경기내내 밀리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대의 기본기와 과제들

올해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는 문성곤은 공격력은 아직 수정할 부분이 많다. 7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매우 높은 선수다. 특히 수비력은 최고 수준이다. 그를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유재학 감독은 "그의 수비 스텝은 클래스가 다르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이런 수비 기능을 바탕으로 프로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대표적인 3&D(3점 외곽포와 수비에 최적화된 선수를 일컫는 말)로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외곽포의 정확도는 좀 더 길러야 한다.

그는 큰 키에 빠른 스텝, 그리고 상황에 따른 스텝 활용 자체가 본능적이다. 게다가 기본기 자체가 튼튼하다. 예를 들어 공격수가 슛을 하는 정지동작에서 그의 팔은 항상 곧게 뻗어있다. 이날 그는 4반칙을 범했다. 억울한 장면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3쿼터 5분44초를 남기고 김봉수를 골밑에서 수비하던 문성곤은 팔을 곧게 뻗어 견제했다. 김봉수가 올라가던 도중 팔에 걸렸고 휘슬이 불렸다. 심한 항의로 고려대 벤치는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았다. 억울할 만 했다.

3쿼터 8분 여를 남기고 이동엽은 두경민의 수비 도중 파울을 범했다. 명백한 반칙이었다. 두경민이 슛 동작 도중 팔 자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걸렸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고려대 선수들의 이런 세부적인 수비 테크닉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압도적 전력 차이에도 스코어 차이(14점)가 많이 나지 않은 이유다.

또 하나, 고려대는 경기 중간중간 2-3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동부의 좋지 않은 패스워크에도 패스 1~2차례에 뚫리는 경우가 많았다. 좌우 45도 지점에서 특히 많은 슛 찬스가 났다. 이 부분은 코트 위에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문제가 결합된 부분이다.

2-3 지역방어 자체가 이런 약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유기적인 움직임과 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려대 선수들의 활동량 자체가 많지 않았다. 패스가 가운데를 통해 나오면, 수비수 2명이 자동적으로 몰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고려대가 좀 더 수준높은 경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런 기본적인 부분부터 수정할 필요가 있다.

확실히 고려대는 유망한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발전과제들도 안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종현과 문성곤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 매우 뛰어난 테크닉을 지닌 강상재는 순발력을 좀 더 기르기 위해 구체적 노력을 해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레벨로는 대표팀에서 뛰기 매우 애매한 빅맨이다. 이동엽의 경우, 약간 복잡하다. 농구를 일찍 시작했고, 일찍부터 엘리트 가드였기 때문에 경기를 읽는 흐름이 매우 뛰어나다. 강심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운동능력이 평범하고, 슈팅능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기본적인 수비력과 슈팅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지 않으면 트위너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타고난 농구센스가 뛰어나고 1, 2번을 모두 볼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볼이 없을 때 움직임에 좀 더 집중한다면 프로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잠실학생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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