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가 치던 블레이클리, 한국 떠난 미스터리

기사입력 2016-12-19 11:41



상종가를 치던 인기 대체 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가 한국을 떠났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블레이클리 미스터리다.

블레이클리는 19일 출국했다. 해외 타 리그에서 뛰겠다며 일단 한국 생활을 정리했다. 울산 모비스 피버스 네이트 밀러 대체 선수로 들어와 좋은 활약을 펼치며 완전 대체 계약을 눈앞에 뒀던 블레이클리. 하지만 타 팀들과의 영입 경쟁이 벌어졌고, 결국 안양 KGC가 키퍼 사익스의 대체자로 점찍어 영입 가승인 신청에 성공했다. 블레이클리는 1주일 동안 KGC와 계약을 하지 않아 무성한 뒷소문을 남겼다. KGC가 일시 대체 선수로 영입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KGC도 시즌 완전 대체로 영입하려 했기에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왜 블레이클리는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일단 전후 사정 파악이 필요하다. 모비스는 결단을 내렸다. 블레이클리를 완전 대체 선수로 영입하려 했다. 그럴려면 규정상 다시 가승인 신청을 해야했고, 블레이클리를 시장에 내놨다. 물론, 지난 정규시즌 하위팀들이 블레이클리를 데려갈 수 있다는 걱정은 있었다. 하지만 블레이클리 유력 영입 후보로 꼽히던 부산 kt 소닉붐,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모비스에 블레이클리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때 갑자기 나타난 팀이 KGC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였다. KGC는 키퍼 사익스가 부진을 털고 상승세를 타던 시점이었기에 의외였다. KGC는 이에 대해 "높이를 보강해 센터진 휴식을 주기 위한 카드"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오데리언 바셋이 아닌 부상을 당한 애런 헤인즈의 일시 대체 선수로 블레이클리를 데려가려 했다. 여기서 지난 정규 시즌 순위가 가장 낮았던 KGC가 모비스와 오리온을 제쳤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하던 블레이클리가 KGC 유니폼을 입을 줄 알았다. 완전 대체 선수라면 블레이클리 입장에서 금전적으로 나쁜 카드가 아니었다. 또, KGC는 충분히 우승 도전이 가능한 전력이기에 향후 보너스 등에서도 유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블레이클리는 끝까지 KGC와 손을 잡지 않았다.

이에 대해 KGC 김성기 사무국장은 "아무리 영입을 하려 애써도, 해외 타 리그에 간다는 얘기만 들었다. 선수를 직접 만나 설득해보려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답답했던 1주일"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블레이클리가 규정을 위반한 건 아니다. 선수는 가승인 신청이 됐어도, 그 구단에 꼭 입단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블레이클리 에이전트측 확인 결과, 구단과 에이전트도 매일 통화를 하며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우선 협상에 대한 의무는 지켜졌다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블레이클리가 1주일을 버틴 뒤, 뒷돈을 주는 다른 구단에 간다고도 소문이 났지만 이는 확인 결과 사실 무근이었다.

블레이클리가 직접 입을 열지 않는 한, 그가 한국을 떠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추측 가능한 사유들은 있다. 첫째, 블레이클리가 모비스 생활에 크게 만족했다는 것이다. 팀 컬러와 플레이 스타일도 마음에 들고, 모비스에서의 생활도 좋아했다. 만약, 다른 구단이 가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모비스 완전 대체가 됐다면 타 리그 이적 없이 모비스에서 계속 뛰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와중에 마치 노예처럼 생각지도 않던 KGC행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 상황에 힘들어했을 가능성이 높다.

블레이클리 에이전트 측은 "KGC를 특별히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조금 더 복잡한 내용이 추가된다.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끼리는 소속팀 관계없이 유대 관계가 끈끈하다. 어떤 선수가 다쳐 자신이 대체로 간다면 모를까, 멀쩡히 활약하고 있는 선수를 밀어내는 모양새를 참기 힘들어 한다고 한다. 특히 사익스는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신인이다. 어리고, 미국 현지에서는 한차원 높은 레벨을 자랑했던 사익스를 다른 고참 선수들이 많이 챙겼다고 한다. 특히, 사익스는 KGC 입단 전 이중 계약 파문으로 힘들게 한국에 왔다. 이런 사정을 아는 가운데, 블레이클리가 사익스를 밀어내며 KGC 유니폼을 입기 부담스러워 했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타이밍에 조금 더 좋은 조건에 해외 리그 오퍼까지 들어와 블레이클리가 고민 없이 한국을 떠나게 됐다는 얘기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KGC가 블레이클리와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냈다. 블레이클리가 합류한 후 모비스 전력이 매우 탄탄해진 가운데, 블레이클리가 모비스에서 더 뛰지 못하게 하기 위한 편법으로 가승인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레이클리 에이전트측은 "우리는 블레이클리에게 KGC 입단 시 계약 조건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대체 선수이기 때문에 다른 구단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블레이클리 본인이 최종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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