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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태백의 정기 살아있네.'
함백산 오투리조트를 향해 차를 몰고가자 온도계가 가파르게 내려가더니 해발 1100m 목적지에서 섭씨 22도. 삼복더위에 추위를 느끼는 '딴세상'이다.
이른바 '약속의 땅' 태백 여름 훈련지다. 전주 KCC가 5일부터 18일까지 구슬땀을 쏟는 곳이다. 전창진 감독이 5년 만에 복귀한 이후 공식적인 첫 외부 활동으로 태백 여름훈련을 선택했다.
태백은 과거 전 감독이 황금기를 보낼 때 여름마다 찾았다가 효과를 봤다 해서 '약속의 땅'이라 불린다. 다른 팀들도 태백행을 시도하지만 숙소와 훈련장 섭외가 쉽지 않아서 '그림의 떡'같은 곳이기도 하다.
7일 오후 도착하니 막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시작했다. 오투리조트 진입로 입구에서 함백산 정상 태백선수촌까지 8km 오르막 코스다. 웃옷을 벗어던지고 '고행'을 준비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벌써 웃음을 주는 이가 등장했다. 유니폼 반바지의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현준과 김국찬은 보기에 살짝 민망한 '쫄바지'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휘슬 소리와 함께 레이스 시작. 태백선수촌까지 걷거나 쉬지 않고 시간이 늦더라도 꾸준히 뛰어올라가는 게 이 훈련의 기본이다. 중간 고개를 지날 즈음 순위가 가려지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전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호령 데시벨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걸으면 안돼. 아무 소용없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이가 10년이나 많은 선배보다 못 뛰면 안되잖아."
이 훈련에서 단연 체력왕은 권시현이었다. 권시현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압도적으로 선두를 내주지 않으며 50분대에 주파했다. 그런가 하면 눈부신 '노장 투혼'이 전 감독을 감탄하게 했다. 주인공은 최고참 신명호(3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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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내내 전 감독을 배꼽잡게 만든 이도 있다. DB에서 이적한 박지훈이다. "지훈이는 정말 희한해. 속도가 빠르지도, 보폭이 크지도 않다. 어린 애 잰걸음하듯 뛰는데 한 번도 요령피지 않고 일정하게 느린 속도로 끝까지 간다."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느림보' 박지훈은 어느새 앞서 달리던 선수들을 제치고 상위권으로 통과했다. 전 감독은 "달리는 걸 보니 선수 스타일도 보이는 것 같다. 기복없이 꾸준하게 잘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표팀에 차출됐다 오느라 기초 팀 훈련이 부족했던 송교창(23)은 젊은 나이에도 중위권에 그치자 전 감독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KCC는 이번 여름 훈련 동안 총 8번의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한다. 오르막, 내리막, 평지 등을 조합해 A∼C 3가지 코스다. 일각에서는 산을 달리는 지옥훈련은 구시대적이라고 부정적이다. 하지만 전 감독은 고개를 가로젖는다.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한다. 과거 팀 성적이 좋을 때 크로스컨트리를 했다가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어 전 감독은 "장기간 시즌 레이스에서 후반부 부상이 가장 큰 변수다. 여름 체력훈련이 부상을 좌우한다. 특히 크로스컨트리는 햄스트링과 아킬레스건 부상을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를 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하는데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하니까 그런 것이다. 우리 훈련 방식은 따로 노하우가 있다"는 게 전 감독의 설명이다.
전 감독이 태백 훈련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막상 KCC에 와보니 선수들이 그동안 너무 '곱게' 훈련받아서 그런지 체력이 약하다는 것. 이적시장에서 'IN & OUT'이 많아 새로운 팀이 꾸려진 KCC를 '강철팀'으로 만들고 싶은 게 전 감독의 복귀 소망이다.
그래서일까. 송교창은 "나의 농구인생에서 운동량은 역대급"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이정래 트레이너는 "선수들은 차라리 크로스컨트리가 좋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크로스컨트리가 보이는 것처럼 지옥훈련이 아니라는 소리다.
오전에 2시간 30분 동안 실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실내훈련이 더 힘들하고 한다. 그래서 '죽었다' 생각하고 1시간 동안 '짧고 굵게' 끝낼 수 있는 크로스 컨트리가 덜 힘들다고 생각한다는 것. 날로 강해지는 KCC의 태백 현장이었다.
태백=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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