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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초심으로 돌아가라.
시즌 초 순항했지만, 갑자기 휘청였다. DB전 전 10경기 1승9패. 5연패를 끊고, 곧바로 4연패에 빠졌다. 여러 원인이 있었다.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갑작스레 위력을 잃기 시작했고, 닉 미네라스는 제 2 옵션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최준용의 SNS 파문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가라 앉았고, 또 최준용이 출전 정지 징계로 빠진 것도 뼈아팠다. 그런 와중에 포워드 라인의 핵심 안영준이 안면 골절상을 당했고, 최준용이 징계를 소화하고 돌아오자 무릎 십자 인대 파열 중상을 당하는 불운까지 있었다.
DB전도 전반까지는 암울했다. DB 선수들은 유기적인 팀 플레이로 손쉽게 득점하는 반면, SK 선수들은 개인기에 의한 우겨넣기식 공격으로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SK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생각지도 못했던 신인 오재현의 3점 3방, 그리고 3쿼터 갑자기 튀어나와 3점슛 4개를 폭발시킨 베테랑 양우섭의 힘 때문이었다.
실제 시즌 초반에도 이 선수들이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 그렇게 시간을 벌어 몸상태를 끌어올린 주전 선수들이 복귀했고, 비시즌 열심히 준비했던 선수들이 자리를 잃게 됐다.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김민수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자랑하는 SK는 주축 선수들 의존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들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팀 노선을 변경하자 SK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부상, 사생활 악재 등이 터지자 팀 케미스트리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됐다.
그렇기에 DB전 승리는 SK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문 감독은 3쿼터 뒤지는 시점에서 주포 김선형을 빼고 최성원, 양우섭, 오재현 스리가드 시스템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적장도 여기가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DB 이상범 감독은 "김선형이 빠지고, 우리가 수비를 느슨하게 한 게 패인이다. 백업 선수들이기에 수비를 떨어뜨렸는데, 오히려 이 문제로 상대 기를 살려줬다"고 했다. 모처럼 만에 기회를 잡은 양우섭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고, 최성원과 오재현 역시 김선형이 빠진 코트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악착같이 뛰었다.
문 감독 역시 "오재현, 김형빈 젊은 선수들과 양우섭이 잘해줬다. 코트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줬다. 그러자 자밀 워니도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주전 선수들이 모두 건강하게 있다면 좋겠지만, 그들이 빠졌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도 없다. 긴 연패 기간 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이켜볼 수 있는 DB전이 됐을 수 있다. SK를 상대한 몇몇 감독들이 "컵대회, 시즌 초반 미친 듯이 뛰는 SK가 더 무서웠다"고 평가한 걸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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