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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하면 안 되는 경기를 했다."
정규리그때 외곽슛이 워낙 좋아서 '양궁농구'란 별명까지 얻었지만 1차전서는 극심한 슈팅 난조를 보였다. 3점슛에서 캐롯이 36개 중 5개 성공(성공률 14%), 현대모비스가 32개 중 11개 성공(성공률 34%)으로 정규리그때 캐롯은 없었다.
간판 슈터 전성현이 부상으로 빠졌고, 현대모비스의 준비된 수비가 좋았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플레이가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1쿼터 초반부터 불안했던 캐롯은 3쿼터 한때 20점 차 이상으로 뒤지는 등 일찌감치 패배의 길로 접어들었다. 1차전부터 이런 졸전을 펼쳤으니 벤치는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평소 강한 캐릭터에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는 김 감독이라면 더욱 그럴 만했다.
하지만 김 감독에겐 이날 특유의 '버럭'이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는 아니었고, 모든 걸 내려놓고 달관한 듯 온화해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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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김 감독은 왜 그랬을까. 정규리그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활약으로 5위까지 달성한 선수들이 대견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때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뛰어준 것만 해도 고맙다. 다음 시즌 희망의 씨앗을 뿌린 것으로 목표 이상 달성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캐롯 구단의 재정난은 시즌 내내 선수단을 괴롭히는 '악재'였다. 급여도 받지 못한 채 PO에 임하고 있는 선수단이 겉으론 "괜찮다"고 하지만 속이 어떨지는 안 봐도 알 만하다. 그런 선수들에게 '캐롯(당근)'을 주지 못할 망정 '채찍'을 들 수 없는 게 감독의 안타까운 심정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반격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1차전 완패에 동요하지 않았다. 평소 "잡아야겠다는 팀은 마음 먹으면 잡을 수 있다"고 했던 김 감독은 1차전 패배 과정에서 역으로 남은 경기 승리 비책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감독 경력에서 현대모비스와 PO에서 3차례 만나 모두 승리했고, 역대 남자 프로농구 감독 중 PO 최고 승률(67%)을 자랑하는 김 감독. 2차전에서 어떤 표정으로 벤치를 지휘할지 궁금해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