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가드의 전쟁'이다.
KGC 변준형(27)과 캐롯 이정현(24), 두 포인트가드의 경쟁 구도다. 두 팀의 4강 PO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승기 더비', '헝그리 4강 신화'라는 수식어가 대세였다. '김승기 더비'. '헝그리 4강 신화'는 김승기 캐롯 감독이 극심한 재정 위기를 딛고 기적같은 4강에 성공한 뒤 지난 시즌까지 '황금기'에 올려놨던 KGC를 적으로 상대하게 되자 나온 말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선수들간 흥미로운 라이벌 구도로 내세울 만한 게 없었다. 정규리그 최고 슈터였던 전성현(캐롯)이 부상으로 정상 경기력을 보일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한데 두 팀의 간판 포인트가드 변준형과 이정현이 주목받게 됐다. 두 선수 모두 '젊은피' 그룹에 속하지만, 프로 경험으로 치면 그들만의 '신-구 대결'이다.
|
하지만 이정현이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PO에서 맹활약으로 정규리그보다 몇 단계 성장하면서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 4강 PO를 앞두고 다른 팀 감독, 코치들이 "변준형-이정현의 가드 대결이 볼 만하겠다"고 전망할 정도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 그랬다. 4강 PO 3차전까지 치른 현재 KGC가 2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두 가드는 '장군멍군'을 부른 형국이다.
1차전(99대43 KGC 승)은 둘을 비교할 기회가 없었다. 역대 최다 점수차 승리, 최저 득점 패배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6강 5차전까지 치른 캐롯이 체력 안배를 위해 사실상 '버리는 경기'로 임했다.
캐롯이 반격 펀치를 날린 2차전은 달랐다. 1차전 대패를 한 뒤 선배 전성현에게서 들었던 "변준형은 도대체 언제 이길꺼야?"라는 농담이 '자극제'가 된 모양이다. 이정현은 2차전(89대75 캐롯 승)을 사실상 씹어먹었다. 이날 이정현은 32득점에 천금같은 5개의 가로채기를 더하며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51-54로 재역전을 당한 3쿼터 3분여쯤 3점포를 시작으로 무려 17점을 몰아넣는 등 3쿼터를 완전히 지배하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당시 변준형은 16득점, 5어시스트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지만 결과는 '판정패'였다.
|
이정현은 2차전이 끝난 뒤 "모든 면에서 (변준형에 비해) 부족하지만, 스스로 라이벌로 최면을 걸면서 이기려고 덤비는 경기를 했다. 정말 이기고 싶었다"며 선배(변준형)를 의식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자 3차전(76대72 KGC 승)서는 변준형이 '멍군'을 불렀다. 이날 두 팀 통틀어 최다 득점(26득점-3점슛 3개)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경기 종료 직전 2점 차로 쫓겼을 때 문성곤과 오세근의 연속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쐐기를 박은 이가 변준형이었다. 이날 이정현은 17득점, 8어시스트의 좋은 활약을 하고도 패배를 막지 못했다. 2차전때 두 가드의 희비가 3차전에서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가드는 김 감독이 키웠고, 키우고 있는 재목이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이정현을 변준형처럼 MVP급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로 만들겠다"고 한다.
이제 남은 4차전, 무서운 후배 이정현이 다시 '장군'을 부를지, 완숙한 선배 변준형이 한 수 위를 입증하며 시리즈를 끝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