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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남자프로농구 원주 DB 김주성 감독(45)은 "솔직히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은 못했다"라며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DB는 2023~2024시즌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KBL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했던 DB는 시즌 전 잘 해야 포스트시즌 진출권 정도의 전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주성 감독은 정식 감독 데뷔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역대 다섯 번째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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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컵대회가 터닝포인트였다. KT에 106대108로 패해 예선 탈락했다. 김 감독은 당시만 떠올리면 아찔하다. 그는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봄농구'고 뭐고 그냥 다 망하겠다 싶었다. 앞에 어두운 길이 보이는데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만 들었다. 내가 선수들을 너무 편하게 해줬나 싶었다. 거의 반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며 웃었다.
김주성 감독이 꼽은 '신의 한 수'는 바로 강상재였다. 김 감독은 "(김)종규가 대표팀에 나간 상황에서 주장이 필요했다. 강상재가 중간보다 살짝 어린 축이었는데 듬직하고 눈이 많이 갔다. 다소 소심한 성격이라고 봤는데 기본적으로 가진 실력에 깊이가 느껴졌다. 주장이 되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위아래로 선수들을 끈끈하게 결집시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상재는 경기 내적으로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팀 사정에 따라 오프시즌 동안 10㎏ 가까이 감량하며 파워포워드에서 스몰포워드로 변신에 성공했다. 올 시즌 강력한 최우수선수 후보다. 그는 "컵대회 끝나고 선수들이 휴가를 전부 반납했다. 감독님께서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데 하지 못해 아쉬워하신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비롯해서 선배 형들이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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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감독은 말보다 행동을 좋아한다.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은 직접 보여주면 그만이다. 김 감독은 "내가 초보라서 말로는 깊게 들어가기가 어렵더라. 대신 나는 젊으니까 아직 잘 뛴다. 세세하게 팔 동작이나 스텝 또는 공격 들어갈 때 사소한 행동 등을 시범을 보일 수 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해보려고 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응도 좋은 모양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나보고 즐긴다고 이야기하더라. 나도 가끔 심취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였던 김주성이 지금의 김주성 감독과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는다면 어떨까. 그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어... 까다로울 것 같은데요. 밑에 있고 싶지 않다. 너무 세세한 편이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감독은 "예전 감독님들께서 얼마나 어렵게 선수들과 심리전을 하고 밀당을 하셨는지 알겠다. 요즘 친구들은 또 다른 면이 있지 않나. 나도 큰 그림만 던져주고 싶기는 하다. 나에게 보다 길게 팀을 만들 기회가 온다면 그런 방식도 좋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숙제 '봄농구'가 남았다. 김 감독은 "코치들과 상의해야 한다. 나 혼자서는 이렇게 못했다. 이광재 한상민 코치와 농구 이야기를 하면서 열띤 토론도 하고 언성도 높였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잘 잡아준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주전들 체력 안배하면서 플랜을 잘 짜겠다"며 통합우승을 다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