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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vs "선배셔서 여유가 있다"
지난 2023년 12월부터 대행으로 시작한 김효범 삼성 감독과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른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은 모비스의 두차례 챔피언 우승을 이끈 선후배이자, 팀은 달라도 여전히 서로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가감없고 속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농구판 소울 메이트'이기 때문이다. 나이는 양 감독이 2살 많지만, 적어도 감독 경험에선 김 감독이 선배이니 장군멍군인 셈이다. 1970년대생 감독들이 대세인 상황에서 두 감독은 '유이'한 1980년대생의 젊은 사령탑이기도 하다. 지난 5일 현대모비스가 고양 소노를 꺾고 양 감독이 데뷔 첫 승을 올렸을 때도 축하 메시지까지 서로 나눈 사이.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만나길 고대했는데, 드디어 만나니 영광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승부는 비즈니스다"라며 웃었다. 양 감독은 "별 느낌은 없다"고 웃으면서도 "감독 선배이시니 여유가 있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에다 지난 시즌 삼성이 영입한 이대성의 경우 모비스에서 두 감독의 백업으로 뛰다가, 이후 주전 자리를 꿰차며 세대 교체를 했던 인연이 있기에 이래저래 이날은 경기 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두 감독의 사이만큼 스코어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4쿼터 막판까지 '친하게' 흘러갔다. 삼성이 올 시즌 영입한 이근휘, 이관희를 중심으로 3점포를 성공시키자 현대모비스 역시 서명진과 정준원이 그대로 응수했고 삼성 니콜슨과 현대모비스 해먼즈의 골밑 대결도 대등하게 전개됐다.
결국 승부는 막판 슛 집중력에서 결정됐다. 종료 4분여를 남기고 69-72로 뒤지던 현대모비스는 박무빈의 골밑슛에 이어 서명진과 로메로의 연속 3점포가 터지며 스코어를 단숨에 뒤집었고, 이는 끝내 뒤집어지지 않았다. 앞서 그렇게 잘 들어가던 삼성의 3점포는 계속 빗나갔고, 승리는 초보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날 80대76으로 승리한 현대모비스는 4승4패로 5할 승률에 진입했다. 두 감독은 경기 후 포옹을 하며 멋진 첫 승부를 마쳤다.
잠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