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분석] '전준범데이' 현대모비스 끝내 웃지 못했다. 정관장 66대63 짜릿한 역전승. 부진했던 박지훈-오브라이언트 원-투 펀치 승부처 어떻게 지배했나

기사입력 2025-12-17 21:28


[현장분석] '전준범데이' 현대모비스 끝내 웃지 못했다. 정관장 66대6…
정관장 박지훈. 사진제공=KBL

[울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전준범 데이'에서 울산 현대모비스가 웃지 못했다. 안양 정관장이 2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정관장은 17일 울산동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박지훈(22득점, 5어시스트) 조니 오브라이언트(20득점, 8리바운드)를 앞세워 레이션 해먼즈(20득점, 10리바운드)가 분전한 현대모비스를 66대63으로 제압했다.

정관장은 14승8패로 2위를 유지했고, 현대모비스는 7승15패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화제가 많은 날이었다.

일단 KBL 최초 여성심판 2명이 동시에 투입됐다. 이지연, 김수연 심판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날 '전준범 데이'였다.

'B급 감성'을 지닌 현대모비스 특유의 이벤트다. 2014년 12월17일 모비스와 SK의 경기. 경기 종료 2초 전 모비스가 89-86, 3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승리가 확정적 상황에서 전준범이 헤인즈의 골밑슛 시도에 파울을 범했다. 헤인즈의 슛은 림을 통과했고, 자유투가 성공한다면 연장행. 다행히 자유투는 들어가지 않았고, 모비스가 승리했다. 하지만, 당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전준범에게 레이저 눈빛을 쏘면서 강하게 질책했다. 경기가 끝난 뒤 유 감독은 '오늘을 전준범 데이로 정해야 겠다'고 했고, 결국 이벤트화했다. 그리고 올 시즌 전준범이 현대모비스에 복귀하면서 5년 만에 공식 전준범 데이를 열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경기 승리로 7연패를 끊은 상태. 게다가 2옵션 이그부누가 가세하는 날이었다. 정관장은 최근 2경기에서 완패를 당했고, 에이스 변준형이 허리 부상으로 결장. 객관적 전력은 정관장이 확실히 우위였지만, 이날 흐름은 매우 미묘했다.


[현장분석] '전준범데이' 현대모비스 끝내 웃지 못했다. 정관장 66대6…
김수연 이지연 장준혁 심판. 사진제공=KBL

[현장분석] '전준범데이' 현대모비스 끝내 웃지 못했다. 정관장 66대6…
전준범. 사진제공=KBL

전반전

현대모비스 루키 김건하가 절묘한 패스를 뿌렸다. 해먼스와 2대2 이후, 미스매치를 이용한 스텝백 3점슛을 노렸지만, 상대 수비에 여의치 않았다. 정관장은 당연히 원 카운트에 있는 옆 공격수에게 줄 것을 예상하고, 예측 수비. 하지만, 김건하는 찰나의 순간, 코너에 있는 서명진에게 스윙 패스를 뿌렸다. 서명진의 오픈 3점포가 터졌다. 김건하의 뛰어난 농구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경기 전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은 "김건하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상대와도 주눅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좋은 드리블과 테크닉을 가진 자신감이 그 원천"이라고 했다.

1쿼터 막판 현대모비스는 김건하 원 가드 시스템으로 변형했다. 해먼스와의 2대2, 이승현과의 2대2가 주요 공격 루트였다. 김건하는 준수한 경기력이었다.

단, 정관장은 박지훈의 반격이 있었다. 사이즈의 우위를 활용해 잇단 골밑 돌파를 성공시켰다. 결국 13-12, 1쿼터는 정관장의 1점 차 리드로 종료.

현대모비스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정관장은 에이스 오브라이언트가 최근 슈팅 밸런스가 워낙 좋지 않다. 변준형도 없었다. 결국 공격을 풀어줄 선수는 박지훈 외에는 없었다.

현대모비스는 서명진 뿐만 아니라 1쿼터 2분43초를 남기고 들어왔던 '주인공' 전준범도 2쿼터 3점포까지 터뜨렸다. 28-15, 13점 차 리드를 잡았다.

현대모비스 2옵션 이그부누는 영리했다. 높이가 뛰어났고, 2대2 능력도 예리했다. 단, 정관장은 2쿼터 막판 오브라이언트가 각성했다. 3점포를 터뜨렸고, 드라이브 앤 킥으로 한승희의 미드 점퍼를 도왔다.

전반 36-24, 12점 차 현대모비스의 리드로 종료.


[현장분석] '전준범데이' 현대모비스 끝내 웃지 못했다. 정관장 66대6…
현대모비스 김건하. 사진제공=KBL

[현장분석] '전준범데이' 현대모비스 끝내 웃지 못했다. 정관장 66대6…
조니 오브라이언트. 사진제공=KBL
후반전

양팀 모두 3쿼터 초반이 너무나 중요했다.

정관장은 최근 경기력 자체가 많이 좋지 않다. 전반 막판 약간의 상승세. 현대모비스를 잡기 위해서는 3쿼터 흐름을 이어가야 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외국인 2옵션과 아시아쿼터가 없었다. 앞선의 붕괴, 해먼스의 체력저하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김건하의 분전으로 가드진에 숨통이 틔였다. 박무빈이 2군으로 내려갔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이그부누까지 가세했다. 즉, 현대모비스는 흐름을 탈 수 있는 중요한 시점.

전반도 앞선 채 끝냈다. 이 흐름을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기세는 현대모비스가 이어갔다. 해먼스의 3점포. 김건하는 신인답지 않은 경기 운영으로 공격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이때, 박지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골밑 돌파. 그리고 김건하 상대로 포스트 업을 성공시켰다. 43-31, 다시 12점 차. 현대모비스 작전타임.

그러나, 정관장은 아반도의 블록슛에 의한 속공. 아반도의 자유투 2득점이 성공됐다. 결국 10점 차 이내로 추격.

정관장의 흐름이 올라가는 시점. 현대모비스는 신인 최강민이 오프 더 볼 움직임에 의한 3점포를 터뜨렸다. 정관장이 또 다시 골밑을 공략하자, 현대모비스는 해먼스가 또 다시 3점포를 터뜨렸다.

승부처에서 현대모비스가 잘 버텼다. 51-38, 13점 차 리드.

김건하가 또 다시 승부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공격 제한시간에 ?긴 상태. 김건하는 침착하게 특유의 헤지테이션을 섞은 뒤 골밑 돌파, 파울을 유도했다. 자유투 2득점. 고교 졸업선수라고 볼 수 없는 노련미를 보였다. 게다가 김건하가 있을 때, 현대모비스의 세트 오펜스는 매우 견고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흘러갔다. 게임을 읽는 리드 앤 리액트와 게임 세터로서 안정감은 번뜩이는 천재성이 있었다.

게다가 1m74의 작은 키에서 나올 수 있는 수비와 파워의 약점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단, 정관장은 노련했다. 박지훈이 신인 최강민의 수비를 예측, 파울을 잇따라 얻어냈고, 복귀한 전성현 역시 3점슛 파울을 얻어냈다. 결국 54-46, 8점 차로 정관장의 추격. 3쿼터가 끝났다.

정관장의 출발이 좋았다. 오브라이언트는 최근 슈팅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다. 그러자, 해먼스의 약한 높이를 활용, 골밑 묵직한 득점을 올렸다.

이때, 현대모비스는 함지훈이 움직였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김종규를 절묘한 페이크로 속이고 바스켓 카운트, 3점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단, 정관장은 계속 수비를 강화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공격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접전이었다. 정관장은 조금씩 추격. 2분38초를 남기고 56-59, 3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후, 정관장의 스틸. 아반도가 덩크슛을 터뜨리며 1점 차 맹추격.

현대모비스는 또 다시 정관장의 압박에 공격 실패. 정관장은 노련했다. 박지훈과 오브라이언트는 스크린 플레이로 미스매치를 만들었다. 오브라이언트가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는 순간, 현대모비스는 더블팀. 수비가 골밑으로 쏠리자, 오브라이언트는 위크 사이드로 스윙패스. 이후 코너 아반도에게 엑스트라 패스가 전달됐다. 아반도의 3점포 작렬 드디어 정관장이 61-59, 2점 차로 역전.

현대모비스의 작전타임. 김건하의 3점포가 빗나갔지만, 헤먼즈가 공격 리바운드 이후 풋백 득점. 54.6초를 남기고 승부는 원점.

완벽한 승부처였다.

정관장은 박정웅이 천금같은 3점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역시 이승현의 절묘한 랍 패스에 의한 해먼스의 골밑슛이 터졌다. 30.8초가 남은 상황에서 정관장의 64-63, 1점 차 살얼음판 리드.

그리고 14.8초를 남기고 서명진이 박지훈에게 의도적 파울을 했다. 일종의 파울 작전이었다. 사실, 수비를 성공시킨 뒤 공격을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현대모비스는 파울 작전을 선택했다.

현대모비스는 해먼즈의 톱에서 3점포가 불발. 박지훈의 터치아웃으로 여전히 현대모비스의 공격권. 1.8초가 남았다.

현대모비스의 마지막 공격권. 해먼즈가 스텝 백 3점슛을 던졌지만, 림을 빗나갔다. 결국 정관장이 천신만고 끝에 연패를 끊는 귀중한 1승을 거뒀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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