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6강에서 떨어져도 박수칠거 같아요."
남자프로농구 고양 소노는 5일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 뒤 한동안 체육관을 비우지 못했다. 이날 안양 정관장전 역전승(65대61)으로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획득한 데다, 정규리그 마감 감사행사를 팬들과 함께 만끽했기 때문이다.
잔치를 구경하던 소노 팬 강모씨(43)는 선수들을 따라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양의 봄(PO 봄농구를 의미)'을 즐기게 해 준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다. 설령 6강에서 떨어져도 누굴 원망하는 우리 팬은 없을 것이다. 계속 박수칠 수 있다"라고 감격했다.
소노의 팬들이 천신만고 6강 진출에 감지덕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매시즌 PO 진출을 당연한 목표로 여기는 다른 팀과 달리 전형적인 '언더독의 반란' 신화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들도 "시즌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소노는 밑에 깔아주는, 승점 자판기 같은 하위 예상팀 아니었나. 그런 편견을 깬 것만으로도 목표 초과 달성"이라며 같은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창단 3년차의 풋내기 팀 소노의 올 시즌 정규리그 여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2024~2025시즌까지만 해도 소노는 앞날이 암울한 팀이었다. 한 시즌 사이 두 명의 감이 중도 사퇴하는 혼란을 겪었다.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미증유의 파동이었다.
앞서 오리온-데이원을 거치며 사실상 '버림받은 팀'으로 전락했다가 소노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떠난 선수가 더 많았고, 객관적 전력은 타 구단 대비 '비교불가'였다. 2025~2026시즌 개막 전, 주변 농구계 대부분이 붙박이 하위권으로 예측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손창환 감독이 "경쟁팀들의 엔트리를 보면 드래프트 앞순위 선수가 즐비하다. 이에 비해 우리는…"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소노는 신인 강지훈(1라운드 4순위)을 선택하기 전까지 신인 드래프트 앞순위라 해봐야 이정현(2021년 1라운드 3순위)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정규리그 3라운드까지만 해도 소노는 예측에 부응(?)하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하지만 소노는 이후 기적같은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창단 최초이자 고양 연고팀(옛 오리온-데이원 포함) 최다 10연승을 질주한 끝에 창단 첫 PO 진출까지, '언더독 신화'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찐' 원동력은 감독-선수단의 믿음 화합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손 감독과 선수들은 서로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손 감독은 6강 확정 뒤 인터뷰에서 "모두 고마운 선수들 덕이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 '감독님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만 잘 하면 됩니다'라는 선수들의 말 한 마디가 지탱하게 해줬다"라며 울컥했다.
이에 에이스 이정현은 "모든 공을 감독께 돌리고 싶다. 그분이 없었다면 언더독의 반란도 없었다"라고 했고 캡틴 정희재는 "우리에게 '비밀병기'는 감독님이었다"며 선수단에 쏟아진 감독의 칭찬을 돌려보냈다.
여기에 구단이 손 감독에게 보여 준 든든한 지원과 믿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전력분석코치였던 손 감독을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한 '코트밖 승부사' 이기완 단장은 "다음 시즌 손 감독의 더 큰 성공을 위해 선수-지원스태프 보강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O가 기다리고 있다. 감독-선수-구단의 '삼위일체'로 빚어진 '언더독 소노의 반란'은 진행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