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청주 KB가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1차전을 잡아냈다.
KB는 22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시즌 챔프 1차전 홈 경기에서 삼성생명을 69-56으로 꺾었다.
이날 대형 악재가 발표됐다. 며칠 전 KB의 절대 에이스 박지수가 연습 도중 발목 부상을 입었다. 복귀에 최선을 다했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경기 전 김완수 KB 감독은 "박지수가 1차전에 결장한다. 박지수 없을 때를 대비, 스몰 라인업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1차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삼성생명은 배혜윤, 미유키, 이해란 등 프런트 코트의 높이가 좋은 팀이다. KB는 박지수 대신 송윤하가 있었지만, 역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KB의 스몰 라인업은 빛났고, 허예은과 강이슬은 리그 최고 메인 볼 핸들러와 스나이퍼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일단 단순한 데이터만 보자. 허예은은 18득점, 6리바운드, 강이슬은 3점슛 6개를 포함, 23득점을 몰아쳤다.
두 선수와 활약상은 단순한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는다.
부천 하나은행과 4강 혈투 끝에 챔프전에 올라온 삼성생명은 만만치 않았다. 경기 초반, 강유림을 중심으로 김아름이 외곽 3점포를 잇따라 꽂았다. 포스트에 볼 투입 이후 외곽 3점포. KB의 스몰 라인업 수비를 감안할 때 제어하기 쉽지 않은 상황.
허예은은 독보적이었다. 삼성생명의 수비를 완벽하게 파괴했다. 송윤하와 2대2, 트랜지션 상황에서 절묘한 패스. 그리고 배혜윤과 미스 매치 이후 딥 3까지 작렬시켰다.
뛰어난 게임 세팅 능력, 미스매치 배혜윤과의 대결을 압도하면서 삼성생명의 탄탄한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리그 최상급 볼 핸들러로 평가받았지만, 2%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았던 그였다. 하지만, 1차전에서 보여준 허예은의 경기력은 완벽, 그 자체였다.
강이슬은 후반에 빛났다. 내외곽을 공략했고, 삼성생명의 추격 흐름에서 3점 터프 샷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리그 최고 슈터임을 입증했다. 두 선수의 맹활약으로 박지수 공백은 완전히 지워졌다.
KB의 원-투 펀치가 더욱 무서웠던 점은 활동량이 많은 강력한 압박 수비를 리드하면서 나왔던 공격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KB는 2년 전부터 두 선수를 중심으로 한 스몰 라인업 시스템을 정비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졌다. 리그 최상급 식스맨 이채은과 송윤하를 비롯, 양지수, 이윤미 등 강력한 로테이션 자원들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역시 박지수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KB는 특유의 스몰 라인업 시스템을 가미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4강에서 우리은행을 3전 전승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박지수가 없는 절체절명의 챔프 1차전. 2년 전부터 갈고 닦은 스몰 라인업의 위력이 폭발했다. 수비는 너무나 예리했다.
베이스 라인 트랩의 속도와 타이밍, 호흡은 절정이었고, 후반에는 3점 라인 밖 지점에서도 강렬한 트랩이 들어갔다. 삼성생명의 공수 시스템이 무너뜨린 핵심 포인트였다.
강이슬과 허예은은 1차전이 끝난 뒤 "우리의 활약도 있었지만, 팀 수비가 매우 좋았다. 우리 팀동료들이 완벽하게 수비를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한 이유였다.
단지, KB 내부의 평가만은 아니다. 여자농구 몇몇 관계자는 "솔직히 박지수의 공백으로 1차전은 삼성생명이 가져간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KB의 스몰 라인업은 예상 이상의 위력이었다. 농구를 정말 잘했다"며 "KB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김완수 감독도 스텝 업 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삼성생명은 만만한 챔프전 파트너가 아니다. 2차전 박지수의 출전 여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삼성생명의 2차전 거센 반격이 시작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1차전 보여준 KB의 스몰 라인업. 2년 전부터 갈고 닦은 폭발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이 시스템은 너무 무섭다. 챔프전 최고의 변수로 떠올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