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칵테일] 가난한 남자여, 다 내게로 오라?

기사입력 2012-01-15 16:16


후배 S양은 내가 아는 가장 진보적이고 독립적인 여자다. 그녀는 공공연하게 "나보다 가난한 남자라도 상관없어, 조건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지"라고 말하고 다닌다. "남자의 조건을 따지는 건 무능력하고 독립적이지 않은 여자들의 도둑년 심보 아냐? '사랑'은 훨씬 더 숭고하고 이상적인 것이라고. 세상이 만든 잣대, 어른들의 가치, 남들의 편견이 절대 깃들지 않는. 우리의 돈과, 명예와, 권력과, 조건을 모두 벗어버린 날것의 상태에서 정말 순수한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녀는 매번 그렇게 남자를 사랑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이 그녀보다 능력이 없다 못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남자들이라는 것이다. 나름 유학파에 꽤 잘나가는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그녀의 애인들은 인디밴드의 보컬이라거나 여행을 다니며 여기저기 잡지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시인 지망생이거나 은행 경비가 주 업무인 청원경찰이었다. 물론 그들은 모두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레 자기 길을 가는 남자들이었고, 그런 남자 특유의 뚝심과 남성다움이 있었고, 물론 육체적으로도 무척 섹시했다. 나이 서른세 살이 되도록 변함 없는 S양의 남자 보는 눈을 나는 존중하고 또 응원했었는데….

"언니, 나 이제 그런 남자 안 만나려고요!" S양이 선전포고하듯이 말했다. 최근에 일로 만나게 되어 몇 번 데이트를 한 K군 때문이었다. 그는 낮에는 일러스트를 그리고 밤에는 클럽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전방위적 예술가였는데, 역시 그녀 타입이었다. "그날은 드디어 우리가 함께 자려고 암묵적인 합의를 한 날이었어요. 그가 '우리 한번 끝까지 달려보자' 하며 날 오토바이에 태웠죠. 처음엔 낭만적이었죠. 그런데 난 그날 짧은 치마에 부츠를 신고 있었고 옆으로 엉거주춤 오토바이를 타는데 너무 불편하고 추운 거예요. 그나마 그건 참을 만했어요. 언뜻 봐도 여관인지 여인숙인지 모를 허름한 모텔에 들어섰는데 주머니를 한참 뒤지더니 '네가 모텔비를 내면 안 될까' 하는 거예요!"

남녀 관계에서 여자가 솔직하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로서도 여자의 그런 마음을 이용하는 남자는 정말 최악이다. 10년 전인가 짝사랑하던 대학 선배가 드디어 내 맘을 받아주었던 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어섰는데 정작 계산대 앞에서 딴청을 부리는 것이다. 결국 내가 카드로 모텔비를 계산했는데 그 모습은 계속 찜찜하게 나를 따라다녔다. 이 남자 나를 이용하는 건가, 섹스를 하고 싶은데 만만한 게 나였나, 모텔비도 내주고 섹스도 할 수 있어서 나를 만나자고 한 건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

나 역시도 남자가 가난한 건 별로 상관이 없다. 가진 게 얼마 없더라도 콤플렉스 없이 당당하고, 꿈을 향한 비전이 있고, 세상의 조건과 타협하지 않는 남자는 섹시하다. 하지만 그 말이 "가난한 남자여, 다 내게로 오라, 당신에게 섹스를 제공하고 모텔비와 술값을 내겠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으로 나를 사랑해달라는 뜻이다.

오늘의 결론은 하나다. 아무리 돈이 없더라도 절대 여자에게 모텔비를 내게 하지 말 것. 그건 여자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일이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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