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에 울린 '조종'(弔鐘), 게임이 사회악인가?

기사입력 2012-02-06 16:16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6일 정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대책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장한 '쿨링오프제'가 도입되고, 게임물 합동조사 결과의 심의 반영, 게임중독치료와 소외계층 돕기를 위한 자금 출연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게임 규제안 등이 담긴 것이다.

'쿨링오프제'란 2시간 단위로 게임 접속을 자동 차단한다는 것으로, 10분 후 1회에 한해 재접속이 허용되는 제도다. 강제적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등에 이은 '옥상옥'(屋上屋)의 규제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이제 보호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녀들의 게임 이용을 전면 금지시킬 수도 있다.

게임업계가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은 게임이 술이나 담배 등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유해물질의 하나로 '낙인'이 찍혔다는 점이다. 한국 문화 콘텐츠의 첨병에서 어느새 '공해'나 '유해물질'로 전락했다는 것에 게임업계의 비애가 담겨져 있다.

게임의 순기능을 전파하고,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해 게임업계에선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게임업계는 창의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모여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청년층 고용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10여명으로 시작한 업계 선두주자 엔씨소프트는 10여년만에 3500여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업계 매출 1위인 넥슨도 지난해 말 일본에서 상장하면서 기업가치만 8조원 이상으로 커졌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회장은 수조원대를 가지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청년 갑부로 등극했다.

그러는 사이 게임산업의 규모는 8조원대로 성장했으며, 해외 수출은 2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한류를 이끌고 있다는 드라마나 영화, K-POP 등의 수출액과 비교해도 수백배 이상 더 많다. 하지만 이번 규제안을 통해 게임의 산업적, 교육적, 사회적 가치 등을 송두리째 무시됐고, 명확한 근거도 없는 채 게임은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이라는 멍에를 쓰고 말았다.

이로 인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던 게임업계는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해졌다. 창의력을 가진 인재들의 게임업계 기피 현상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곤 자금력이나 개발인력 수급 등에서 떨어지는 중소 게임사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게임사 대표는 "국내의 청소년 이용가능 게임 시장이 축소될 경우 대형 게임사들은 현재처럼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다양한 라인업으로 성인 위주의 서비스를 하면 되지만, 우리와 같은 중소 회사들은 그럴 능력이 없다"며 "대기업 집중현상처럼 게임업계도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형 게임사에 종속되거나 해외 업체들에 팔리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청소년들을 어쩔 수 없이 범법자로 만들 것이란 우려도 크다. 사실 현재 15세 이상 이용가 게임의 경우에도 이 연령에 미치지 못하는 많은 초등학생들이 무리없이 즐기고 있다. 회원가입을 할 때 부모 등 어른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여성가족부가 밀어붙인 '강제적 셧다운제'의 경우 심야시간대 동시접속자수가 당초 예상했던 최소 10%, 최대 30%가 아니라 고작 4.5% 정도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처럼 부모의 무관심이나 방치, 시간적 한계로 인한 지도시간 부족으로 별다른 제약없이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이런 규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실효성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주민번호 도용만 더욱 조장시키는 일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게임 과몰입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는 학술적, 논리적 연구결과나 근거도 없는 상태인데다 오히려 청소년 문제의 결과가 게임 과몰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철저히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과몰입이 결코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며, 가정 환경이나 개인적 성향 등에 의한 복합적인 부작용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문제의 온상'으로 몰아붙이면서 더 큰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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