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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다 안방극장이 뜨겁게 '앓고' 있다.
'해품달'의 젊은 왕 이훤(김수현)은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혹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열풍의 연장선상에 있다. 도도한 겉모습 안에 상처 받은 내면을 숨긴 이 캐릭터는 대왕대비나 조정대신들과의 두뇌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명민하고 강단있지만 한편으로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파 로맨티스트다. 극 중에서도 '차궐남(차가운 궁궐 남자)'이라 불린다. 이훤이 나타나기 전까지 '까도남'의 왕좌는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차지였다. 재벌2세 김주원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를 입에 달고 살 만큼 삐딱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라는 진심어린 고백도 할 줄 아는 남자다. "내가 잘 생긴 건 잘 안다만 그만 쳐다보거라. 게다가 일국의 왕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멋있겠느냐"고 말하는 이훤이나, 스스로 사회지도층이라 자부했던 김주원, 둘 다 밉지 않은 '자뻑남'이기도 하다. 이들이 위악적인 겉모습에서 진심을 꺼내 보이는 순간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까도남 캐릭터의 핵심은 반전과 의외성에 있다. 냉정한 것 같지만 실제론 한 여자만 바라본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판타지를 절묘하게 자극한다"며 "'시크릿 가든'의 현빈,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 '해품달'의 김수현 등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은, 이들이 안방극장 주시청층인 여성들을 공략하는 데 가장 주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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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해서 아무나 그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현빈이 아닌 김주원을 상상하기 어렵듯, 김수현 역시 마찬가지다. '이훤을 넘어서 김수현이 보인다'는 호평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훤과 김주원 캐릭터에 매료된 시청자들이 배우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는 건. 이들이 대본에 나와 있는 설정에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보태 캐릭터를 풍성하게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단한 노력이 뒤따랐음은 말할 것도 없다. 김수현은 '해품달' 촬영을 앞두고 그간의 사극들을 죄다 훑어보며 고심과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어느 작품이나 그렇겠지만 특히 '해품달'과 '시크릿 가든'은 만만하게 덤빌 만한 작품이 아니다. '해품달'은 사극이면서 판타지를 가미했고, '시크릿 가든'도 남녀의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가 로맨스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자칫하면 허무맹랑하다거나 유치하다는 비판을 받기 쉬운 '도전적인' 설정이다. 현실 맥락과 거리가 생기는 만큼 극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캐릭터의 성격이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될 수밖에 없고, 배우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그리고 현빈처럼 김수현 역시 이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판타지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극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김수현은 판타지가 겉돌거나 극을 압도하지 않도록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김수현이란 배우의 매력이 한몫 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빈이 좀 더 안정적이고 무게감이 있는 완성형 배우라면, 김수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잠재력과 장래성 면에서는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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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은 '시크릿 가든'을 끝낸 후 '사회지도층'답게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더 큰 이슈가 됐다. 개봉이 늦어졌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와 '만추' 두 편을 동시에 영화관에 내걸었고, 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입대 전 현빈을 입도선매하려는 제작사들의 작품 제안도 줄을 이었다. 현빈이 군대에 간지 1년 가까이 되도록 브라운관에선 현빈의 CF가 전파를 탔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식지 않는 '현빈앓이'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김수현도 현빈의 뒤를 이을 채비를 마쳤다. 얼마 전 의류 화보 촬영을 마친 데 이어 화장품 모델 계약을 체결했고, 검토 중인 CF 건도 여럿이다. 김수현의 소속사는 밀려드는 작품 제안에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지기 직전이다. 사극부터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액션, 청춘물, 심지어 저예산 독립영화까지, 제안받은 작품의 장르와 역할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다. 김수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드림하이' 이후에도 김수현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체감 인기는 지금이 더 큰 것 같다. 당시에는 '드림하이'처럼 주인공이 여럿인 작품이나 청춘물을 많이 제안 받았다면, 지금은 원톱 주연작도 많고 남성적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더 늘어났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졌다. 영화계의 유명 연기파 배우 선배들과 함께 출연할 수 있는 작품도 몇몇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은 '해품달' 촬영이 바빠 시나리오와 시놉시스 등을 검토할 여유가 없지만,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에 신중하게 차기작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여름엔 김수현의 첫 상업영화 '도둑들'도 개봉한다. 드라마가 종영을 하든, 차기작이 무엇이 되든, '김수현 신드롬'은 그래서 당분간 현재 진행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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