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가 After Story] 박시연은 크림 파스타를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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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조짐은 꼭 들어맞는 머피의 법칙처럼 박시연의 컨디션은 더욱 안 좋아졌다. 박시연이 '광화문연가' 인터뷰를 앞두고 저녁 대신 급하게 먹은 분식이 얹힌 것이다. 계속 체증을 호소해 박시연측 스태프와 영화홍보사, 제작진 등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상황은 조금씩 꼬여갔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은 박시연과의 인터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5년 전 영화 '사랑' 때 인터뷰를 했고, 청룡영화상과 다른 행사장에서 몇 차례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조금은 오래 전이긴 하지만 말이다. 안 좋은 환경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에선 작은 친분이 큰 이점이 된다. 서로를 탐색하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필요 없다. 만나자마자 바로 편안하게 대화하면 된다.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제작진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통하길 기대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시연은 애써 아닌 척 했지만 피곤한 모습이 분명하게 엿보였다. 작은 표정, 손짓 하나하나가 카메라에 모두 담기는 인터뷰라 살짝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인터뷰 방송에서 스타의 피곤한 표정이 보이는 것만큼 볼썽사나운 것도 없다.
물론 박시연은 환하게 웃으며 최선을 다해 인터뷰에 응했다. 영화홍보사들 사이에서 가장 협조적인 스타로 꼽히는 게 바로 박시연이다. 이날 역시 박시연은 자신의 컨디션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인터뷰에 온힘을 쏟으려고 노력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고, 사생활인 남편과 관련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터뷰 시작 후 15분, 박시연의 컨디션을 다시 살폈다. 원래 계획보다 일찍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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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의 이 한마디에 '오늘 인터뷰 성공이다!'라고 직감했다. 인터뷰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빠르게 진행됐다. 심지어 박시연이 먼저 개그우먼 안영미의 김꽃두레 성대모사를 선보일 정도로...
한층 편안해진 분위기에 박시연은 본연의 소탈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섹시함 뒤에 숨겨진 털털함과 서구적인 외모 속에 숨어 있는 한국인 정서를 그대로 드러냈다. 본명이 박미선인 박시연은 "집에선 당연히 '미선아'라고 부르죠. 가끔 아버지가 장난으로 '시연아'라고 부르면 마음이 상해요. '아빠가 나한테 왜 그러지? 화났나?'라고 생각이 들어요"라고 여느 딸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또 부산 출신인 박시연은 부산 사투리를 아무렇지 않게,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사용한다. '사투리를 보여 달라'고 부탁하면, 여배우로서 한 번 쯤 빼고 숨길 법도 한데 주저 없이 보여준다.
입맛 역시 지극히 한국적이다. "밥 좋아해요. 한식 좋아하고, 파스타 이런 거는 좀 느끼해요. 파스타를 먹으면 토마토소스는 먹겠는데 크림은 절대 못 먹겠어요. 치즈도 잘 못 먹고, 마요네즈도 못 먹고요. 좀 촌스러워요."
서구적인 이목구비와 강렬한 인상, 도도한 팜므파탈적 섹시미가 박시연의 겉모습이다. 그러나 실제의 박시연은 크림 파스타를 못 먹는다. 박시연에 대한 작은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많은 스타들이 잘 만들어진 이미지로 포장된다. 이런 이미지는 편견을 만들고, 스타를 진심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팬보다는 조금 더 객관화됐다는 기자 역시 이미지화된 스타를 먼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인터뷰 걱정을 먼저 했던 박시연과의 만남 역시 처음엔 그러했다. 그런데 박시연은 인터뷰 내내 의외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인터뷰를 마치고 오히려 그녀에게서 '편견을 버리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다시 얻게 됐다. 숨김이나 가식 없이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박시연씨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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