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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니지만 우정보다는 조금 끈끈한 '남자들의 로맨스'가 필승의 흥행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KBS2 '적도의 남자' 엄태웅-이준혁, MBC '더킹 투하츠'의 이승기-조정석, SBS '패션왕'의 유아인-이제훈이 현재 안방극장의 맹주를 다투는 남남커플이다. 남녀의 로맨스 못지않게 절절한 남자들의 '닭살우정'을 두고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인 '브로맨스'라 부르는데, 이 단어는 2010년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 열풍을 불러왔다. 여성 시청자들의 눈을 멀게 한 남남커플의 흥행 포인트를 짚어봤다.
안방극장 남남커플의 원조로 꼽히는 이들은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김혜성)와 범(김범) 콤비다. 격한 포옹으로 우정을 확인한 뒤에 침대로 쓰러져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 장면은 단연 압권. MBC '내 마음이 들리니'의 동주(김재원)와 마루(남궁민)가 침대에서 뒹굴며 형제애를 나누는 장면 또한 민호-범 못지않게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KBS2 '성균관 스캔들'의 '걸림커플' 걸오(유아인)와 여림(송중기)은 2010년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시청자들이 뽑은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당사자였던 두 배우는 "시청자들이 짓궂다"며 쑥스럽게 웃기만 했다.
여성 판타지 자극하며 홍보 포인트 '톡톡'
또다른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형성된 아이돌 팬덤에서 브로맨스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이돌 멤버들에게 커플링을 선물하거나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팬픽이 만들어지던 팬덤 문화가 대중문화 안으로 녹아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팬덤에선 아이돌 멤버들의 연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같은 여자보다는 차라리 남자에게 빼앗기는 게 낫다'는 식의 묘한 심리가 있었다. 그런 심리가 브로맨스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며 "브로맨스를 두고 여러 패러디가 만들어지고 화제가 되면서 제작사나 매니지먼트도 브로맨스를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시청자 반응 따라 브로맨스 강조되기도
요즘 새로운 브로맨스로 떠오르는 커플이 있다. MBC 시트콤 '스탠바이'의 임시완과 고경표다. 소녀시대도 모르는 모범생 시완과 수학 강의와 국어 강의도 구분하지 못하는 경표는 캐릭터 대조를 이루며 티격태격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얼마 전엔 두 미소년의 '날카로운 첫 키스'도 그려졌다. 시완은 첫 키스를 해보고 싶다는 경표가 왠지 불안해 소민(정소민)과 단 둘만 있게 되는 걸 걱정하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시완을 피하려던 경표는 얼떨결에 시완과 포개져 넘어지면서 입맞춤을 하게 됐다. 패닉에 빠진 두 소년은 때수건으로 입술을 닦고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시청자들은 새로운 브로맨스 커플 탄생에 환호를 보냈다.
'스탠바이' 제작사 관계자는 "현재는 각각의 캐릭터를 잡아서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화학작용과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남남커플을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양한 조합을 놓고 에피소드를 꾸미는 과정에서 시완과 경표의 에피소드도 그려졌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회의에서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시완과 키스신을 연기한 고경표는 "시청자들이 즐거워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간단한 입맞춤이어서 연기할 땐 아무렇지 않았지만, 시완이 형 팬들에게 안 좋게 보일까봐 조금 걱정했다"는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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