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싸인' '49일' '시티헌터' '여인의 향기' '보스를 지켜라' '뿌리깊은 나무' '천일의 약속' 등등. 지난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주옥 같은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최고의 드라마 풍년을 맞았던 SBS가 올 들어 시원찮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범수 주연의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지만 MBC '빛과 그림자'와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경쟁작을 월등히 앞서는 흥행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이후 '패션왕' 역시 완성도 떨어지는 극 전개로 혹평에 시달리다 결국 황당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수목극 역시 '부탁해요 캡틴'이 시청률 40%를 넘기며 올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고 있는 MBC '해를 품은 달'의 위력에 밀려 초라하게 퇴장했다. 바톤을 넘겨받은 '옥탑방 왕세자'가 비교적 선전했지만 지상파 3사가 수목극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역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주말극 부분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과거 경쟁 드라마가 없었던 9시대에 시청률에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끝났다. MBC가 주말극을 8시대에서 9시대로 편성을 옮기고, 또 주말특별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편성하면서 주말극 부문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어쩌면 SBS다. 지난달 종영한 9시대 드라마인 주말극장 '내일이 오면'과 또 최근 종영한 10시대 드라마 주말특별기획 '바보 엄마'도 미지근한 시청자 반응을 얻었다.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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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SBS는 오는 26일부터 연이어 3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톱스타 장동건이 첫 테이프를 끊는다.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였던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가 손잡고 12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장동건을 전면에 내세운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으로 제2의 현빈 시드롬을 노린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여자주인공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하늘이 나선다. 또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이 장동건과 함께 '꽃중년' 4인방으로 등장한다. 무엇보다 명불허전 김은숙 작가 특유의 명대사와 판타지를 안기는 독특한 전개가 기대된다. 다만 동시간대 MBC가 송승헌을 주인공으로 한 '닥터 진'을 편성하면서 모처럼 주말극 경쟁이 긴장감으로 물들 전망이다.
28일에는 '패션왕' 후속의 월화극 '추적자'가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평일 밤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중견 연기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 대권주자가 등장인물로 그려지며 대선 정국과 맞물려 다양한 이슈들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거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힘 없는 자들의 꿈을 짓밟은 대선후보와 소중한 가정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아버지와의 전쟁이 기본 줄거리다. 손현주가 아버지로, 김상중이 대선주자로 출연해 불꽃튀는 연기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하지만 스타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니시리즈에서 과연 얼마나 선전을 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오는 30일에는 '옥탑방 왕세자' 후속으로 소지섭-이연희 주연의 수목극 '유령'이 첫 전파를 탄다. 이 작품은 지난해 안방극장 범죄 수사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싸인'의 김은희 작가와 김형식 PD가 다시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전작과 같은 수사물이지만 사이버 공간으로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 사이버 테러에 상처를 받은 유명 여자연예인의 죽음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SNS 등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깊이 파고든다는 점에서 시대 상황과 잘 맞는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수사물은 한 번 놓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단점을 갖고 있어 자칫 마니아 드라마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 주 사이 3편의 드라마를 새롭게 선보이는 SBS가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며 지난해와 같은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