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부재가 길어질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

기사입력 2012-06-17 16:40



지난 16일, MBC의 토요 예능 프로그램 두 편이 엇갈린 길을 걸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결방 2개월여 만에 안방에 돌아왔고 '무한도전'이 20주째 '무한결방'을 이어갔다. '우결'의 시청률은 5.6%(AGB닐슨, 전국), '무한도전' 스페셜 재방송은 4.9%를 나타냈다.

'우결'은 최근 부장급 PD가 제작에 참여해 녹화를 재개했다. 이장우-함은정, 이특-강소라 커플은 16일 방송을 통해 무려 4개월 만에 재회했다. 겨울에 헤어져 여름이 되어서야 만난 셈이다.

지난 1월 30일 제작진이 파업에 돌입한 이후 '우결'은 2월 한달간 결방됐다. 3월에는 대체인력이 투입돼 파업 전에 촬영해둔 분량을 편집해 내보냈다. 녹화분이 다 떨어진 후 MBC 뮤직 채널에서 제작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 때문에 '우결'은 폐지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더니 최근 한달 동안은 아예 편성표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고육지책으로 대체인력의 손을 빌려오기까지 지난 4개월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우결'과는 달리 섣불리 대체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 제작진의 개성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는 걸 시청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말 파업 중인 제작진을 대신해 사측이 졸속으로 편집해 내보낸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크게 데었던 경험도 있다. 최근 MBC 임원회의에서 김재철 사장이 '무한도전'의 외주화를 거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시청자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더구나 MBC는 지난 15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2교대로 운영되는 시청자 상담실의 전화응대와 인터넷 홈페이지의 시청자의견을 종합한 결과, 5월에는 '무한도전'의 스페셜 방송보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제작 및 편성을 요청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측이 외주화에 이어 폐지를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라,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다.

'무한도전'의 외주화와 폐지설이 나오는 것을 두고 사측의 노조 흔들기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무한도전'을 흔들면 흔들수록 역설적으로 '무한도전'의 위대함만 증명되고 있다. 폐지설이 불거진 직후 시청자들은 물론 각계 각층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례적으로 논평까지 냈다.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되던 '무한걸스'의 지상파 편성에 대해 시청자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무한도전'을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무한걸스'의 태생부터가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인 데다가 '무한도전'의 인기 아이템을 패러디한다는 것 때문에 이같은 의혹은 더 강해졌다. '무한걸스'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적극 부인해도 여론은 냉담하다.

MBC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해설자로 활약한 '무한도전'을 이번 런던올림픽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사측의 발언을 근거로 사측이 제작진의 동의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무한도전' 출연진을 런던올림픽에 보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사측의 이런 행동은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무한도전'이 없어서 MBC를 보지 않는다"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무한도전'이 이미 방송사 간판 이상의 상징성을 지니게 됐다는 얘기다. 부재가 길어질수록 더 커지는 존재감은 대체 불가능하다. 이것이 장기 결방 중인 '무한도전'을 시청자들이 감싸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