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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대한민국의 아침을 여는, 아나운서 황정민을 만나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황정민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던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 특유의 마력 덕에 인터뷰는 3분 만에 무장해제 됐다. 그리고 격식, 아니 가식 없는 수다가 시작됐다.
"솔직히 5000회 세고 싶지 않아요. 시간이 흘러간 느낌 때문에(웃음). 5년 정도 한 거 같은데 벌써 5000회라니 실감이 정말 안나요. 처음엔 군인들이 많이 들었어요. 그때는 빨리 제대하고 나와라. 세상에 나와서 20대 초반이 30~40대가 황족(황정민의 FM대행진을 듣는 청취자)이 돼 씨를 뿌리게 하리라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네요."
그렇다고, 황정민이 쉽게 14년을 보낸 건 아니다. 베테랑 라디오 DJ이지만, 생방송 중 많은 실수로도 유명하다. 또 아름다운 조언을 기대했던 청취자에게 특유의 솔직한 말로 따끔한 말을 남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DJ는 연기자나 가수인데 저는 아나운서라는 직장인이에요. 청취자와 같이 8시간 근무하고 퇴근하는 직장인이죠. 당연히 '부장님한테 소심한 복수를 꿈꾸는 직장인의 마인드'같은 게 있죠. 그렇다보니 공감대가 형성이 되더라고요. 공감대가 있어서인지 전 착하게 이야기하거나 긍정적인 내용만 말하지 않아요. 현실적인 조언들을 하죠. 주제들도 직장 내 복수 방법, 이별 했을 때 갑자기 생각나는 것, 누구나 한번 쯤 겪는 내용으로 찾아요. 전 멋있는 척 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문자에 즉각적인 대답을 하기 때문에 평소 제 생각이 들어가요. 때문에 '차도녀'가 아닌 생활밀착형이죠. 마치 엄마, 아빠 같아요."
'황족'을 비롯한 많은 청취자들이 황정민이 오전 7시엔 으레 우리의 잠을 깨워야 한다고 생각할 법하다. 그런데 14년 동안 오전 7시 생방송을 한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사회생활은 물론 가정생활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결혼하고 남편이 뭘 입고 출근하는 지 한번 도 본적이 없어요. 항상 잠자는 가족을 보면서 나오죠. 가끔 아침에 아이들이 매달릴 때가 있는데, 그땐 좀 기분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오후 10시나 10시 30분엔 잠을 자야해요. 너무 일찍 자죠? 아침 방송을 하려면 저녁에 늘 일찍 자야해요. 그래서 저녁 프로그램은 아예 못하고, 개인 약속은 잡을 수가 없어요.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날이 없는 셈이죠. 그렇다고 아침형 인간은 아니에요, 아침에 일찍 일어날 뿐이죠.(웃음)"
인터뷰 내내 황정민은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타고난 에너자이저였다는 황정민은 이젠 아들 둘 때문에 좀 지치긴 했다는데, 여전히 그녀는 힘이 넘쳤다. 1만회는 거뜬히 하고도 남을 것처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1만회, 5만회까지 하라고 해요. 그 자리에 제가 없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도 하세요. 언제가 마지막일지는 알 수 없겠지만, 분명한 건 자의로 그만두지 못할 거라는 거예요. 내 손으로 그만두진 못할 거예요."
인터뷰 내내 황정민은 조금은 사적인 얘기까지 기운찬 목소리로 가식 없이 들려줬다. 황정민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를 오히려 받아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황정민이 있는 한 대한민국 아침은 별 문제가 없겠구나'란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마지막으로 황정민은 5000회를 함께 맞이한 가족같은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침 선곡 예술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김강훈 PD와 '내 생각보다 나를 더 잘 표현해주는' 염진영 작가,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이한빛 작가가 든든한 황정민의 라디오 가족이다. 특히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염작가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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