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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수(김하늘)는 자신 때문에 삐걱거리게 된 임태산(김수로)-홍세라(윤세아) 커플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원상복귀를 위한 쇼를 준비한다.
몇 번을 복습하고 '닥빙'(닥치고 빙의) 시점을 아무리 바꿔서 봐도 버릴 장면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9~10회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도진이 마흔인 자신의 현실을 조곤조곤 설명하며, 두 번이나 반해서 만날 때마다 고백했고 미운데도 너무 예쁜 여자 이수를 결국 놓쳐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하던 부분이었다.
이렇게 <신사의 품격>이 가진 최고의 미덕은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취향대로 닥빙하여 볼 수 있는 선택 가능한 기본적인 보기가 우선 네 개 이상이다. 마찬가지로 취향에 따라 아직 신사는 아닌 네 아저씨들의 우정이나, 커플이나 그룹 말고 각 캐릭터 하나하나에 닥빙을 한다던가 하는 옵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보통은 논리 정연함과 타고난 글빨이 모자란지라 이렇게까지 안 하는데 그냥 이번엔 화이팅 있게 질러보기로 했다. <신사의 품격> 자체 '쉴드'를. 그러니 더더욱 다시 한 번 이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취 돋는 짧디 짧은 생각이고, 그래서 강요할 생각도 없다. 다만, 난 이래서 이 드라마가 이렇게 좋다는 쉴드를 가장한 고백에 가까울 뿐이다.
물론 나라고 <신사의 품격>이 처음부터 막 미친 듯이 재미있고 좋았던 건 아니다. 처음 1~2회는 재미는 있었지만 2%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래도 믿고 보는 작가님이기에 조금 기다렸더니 정말 4회부터는 촉이 슌! 왔다. 그런데 이제 드라마가 제 자리를 잡은 지도 꽤 된 것 같은데도, 종종 <시크릿 가든>과 비교되는 것 같아 가슴이 좀 아프다.
<신사의 품격>은 <시크릿 가든>이 아니다. 같은 제작진이 만든 전작이 그리 흥했으니 후속작인 <신사의 품격>이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딱히 따져보면 비슷한 구석도 별로 없는 이 드라마에 <시크릿 가든>이 꼬리표처럼 찰싹 붙어 있어야 할까 싶다. <시크릿 가든>은 그 나름의 어메이징한 매력이 있고, 마찬가지로 <신사의 품격> 역시 그 나름의 매력과 장점들이 있다. 좀 저렴한 비유이기는 한데, 이건 뭐 같은 중국집의 메뉴인 자장면과 짬뽕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 같달까. 자장면은 자장면대로, 짬뽕은 짬뽕대로 맛있고, 그래서 다들 먹고 싶은 걸로 골라 먹는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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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더욱 <신사의 품격>에는 신사도 없고, 품격도 없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네 명 모두는 이미 무례하지 않을 만큼 젠틀하고, 본인들의 원리 원칙에 입각해 남에게 민폐 안 끼치며 주체적으로 살고 있고, 절대 경박하게 가볍지 않으니까. 편협한 생각이지만 이 드라마의 노선은 도진이 나레이션을 통해 "소년은 철 들지 않는다. 다만 나이들뿐이다"라고 말했던 순간 더욱 확실해졌다. 불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시때때로 흔들리는 이 네 명의 '어른이'들을 통해 '이 철없는 아저씨들이 자신들의 짝을 만나 어떻게 바뀔지'를 기대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어쩌면 <신사의 품격>은 성숙한 어른들의 진하고 농밀한 4인 4색 로맨스가 아니라, 로맨스를 통해 신사에 가까운 모습으로 거듭날 그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또 다른 기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신사의 품격>의 본격적인 재미는 절반이 지난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도진이 이수에게 예쁜 핑크 킬힐을 선물하며 '가치 있게' 신어 달라고 했던 것처럼, 현대인의 기본 덕목인 '취존'을 상기하며 이 드라마가 남은 회차 동안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높여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신사의 품격>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매력을 들여다보는 걸로. <토오루 객원기자, http://jolacandy.blog.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