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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박진영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 있을까? 그를 만나 자신의 뇌구조를 그려달라고 했다. 빈 종이를 받아든 박진영은 한참을 고민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기자가 "너무 어려운 숙제를 준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려넣을 것이) 너무 많아서…"라고 했다.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의 주연을 맡아 영화배우에 도전하는 박진영의 얘길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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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이 휴대전화와 씨름하며 뭘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인터뷰가 끝난 뒤에 말끔히 풀렸다. 같은 시각 그의 트위터엔 "원더걸스의 3년간의 땀과 눈물의 결과물이 이번주부터 드디어 공개됩니다. 여러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신인 영화배우로서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둔 소속 가수를 위한 지원사격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가 직접 그린 뇌구조에서도 '소속 가수들의 다음 프로젝트 준비'가 가장 앞쪽에 위치해 있었다. 다음은 '소속 가수들 곡 작사, 작곡'. 첫 주연을 맡은 영화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연기자 박진영'은 비교적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박진영은 "특별히 어떤 것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기 보다는 당장 급한 것이 먼저"라고 했다. 이어 "연기는 (촬영을 다 끝내고) 홍보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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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로서도 최고, 프로듀서로서도 최고지만 영화배우로선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그는 "첫 영화니 약간 못해도 너그러이 봐달라"며 웃었다.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대부분 진심으로 찍었다는 거예요. 그 부분에선 사실 18년 동안 훈련이 됐거든요.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노래 안의 사람이 완전히 돼서 부르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찍으면서 진심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기도 했어요. 훈련과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어쨌든 지금은 제가 영화 산업 속으로 들어간 것이 너무 좋아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영화를 계속 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인터뷰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하지만 "가수로서도, 회사로서도 목표는 어느 곳에도 없다. 그러면 좌절이 온다. 스스로가 재밌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목표는 없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돼야겠다는 건 있어요. 전 배우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가수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전 사람 마음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고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는 진짜 딴따라가 되고 싶어요. 10년 전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옥진 여사님의 '심청전' 공연을 봤는데 미치는 줄 알았어요. 무대를 보며 '저게 진짜 광대고 딴따라'란 생각을 했어요."
그는 "노래나 연기를 하면서 감정 배설의 쾌감과 사람을 웃길 때의 행복함을 느껴요. 저는 노래를 만들고 나서도 만약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하면 그냥 버려요. 모든 목적이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데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아무리 그 노래가 좋아도 상관이 없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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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누가 봐도 남들 앞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오른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높아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제가 '이태원 프리덤'을 하고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코믹 캐릭터를 하는 것도 어떻게든 밑바닥에 붙어있고 싶어서예요. 전 사람들이 만만하게 생각하고 지나갈 때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큰 집이나 비싼 차에 대한 생각도 없어요. 지금 집은 전셋집이고 차도 렌트카를 타고 다녀요. 시계는 아예 한 개도 없고요. 제가 높아지는 순간 사람들한테 위안이 못된다고 생각해요."
그의 이런 가치관은 회사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회사에서 저를 사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신입사원도 다 저를 '박진영씨'라고 부르죠. 소속 가수들도 그냥 동료 가수예요. 술먹고 놀 땐 그냥 '형, 형'하면서 편하게 지내요. 물론 녹음하거나 춤을 가르칠 땐 다른 얘기죠. 혼낼 때는 혼내요. 그 부분을 제가 느슨하게 하면 애들을 죽이는 거잖아요."
박진영과 함께 생활한 가수들 역시 그의 생각을 잘 따라준다고 했다.
"원더걸스 같은 경우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겸손하고 순박한지 모르겠어요. 얄밉게 연기하는 것도 없고 꾀 못부리고 거짓말 못하죠. GOD도 그렇고 비도 그랬고 박지윤, 2PM 다들 곰탱이 같아요. 저는 여우보다 곰이 좋아요. 노래와 춤이 좀 부족하더라도 그게 행복하니까요."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