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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코미디 프로그램과 예능 버라이어티를 넘어서 정극 배우로 활동하거나 가수에 도전하는 등 영역파괴에 나선 개그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예능이든 드라마든 개그맨이 빠지는 곳이 없다. 바야흐로 '개그맨 전성시대'다.
류담은 3일 종영한 MBC '빛과 그림자'에서 연기자로 변신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앞서 '선덕여왕' '성균관 스캔들' '로열패밀리'를 통해 기본기를 닦은 류담은 특유의 인간미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64부작 시대극 '빛과 그림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젠 개그맨 못지않게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맞춤옷처럼 잘 어울리는 그다. 얼마 전에는 김대희가 SBS '옥탑방 왕세자'에서 개성 만점 활약을 펼쳤고, 박지선은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안상태는 MBC '애정만만세'에 출연해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개그맨들의 활약은 주무대인 예능서 더욱 두드러진다. 유재석, 신동엽, 이경규, 박미선, 박명수, 김용만, 김국진, 컬투 등 예능 프로그램의 간판 MC들 대다수가 개그맨 출신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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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은 어느 때보다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의 척도로 여겨지는 CF만 봐도 그렇다. 김준현은 3일 KBS2 '승승장구'에서 "인기를 얻은 후 광고만 20편을 찍었다"고 말했고, 용감한 녀석들도 톱스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통신사 CF에 출연하고 있다.
개그맨들의 치솟는 주가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데서 한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전통의 강자 KBS2 '개그콘서트'를 필두로 tvN '코미디 빅리그'와 SBS '개그 투나잇' 등이 방송사별로 포진해 있다. 파업으로 방송이 중단되긴 했지만 MBC에도 '웃고 또 웃고'가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쌓은 개그맨 각자의 고유한 캐릭터는 예능에 진출할 때 남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해피투게더'에서 자신들의 유행어와 캐릭터를 활용해 게스트와 메인MC를 쥐락펴락하는 G4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움직인다. 그저 웃기기만 해서 될 게 아니라 기본 이상의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파트너와의 호흡만 보면 여느 멜로물 못지않다. 오랜 시간 무대에서 다져진 연기력에 순발력까지 갖춘 개그맨들에 대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신동엽은 최근 tvN 'SNL 코리아'에서 오랜만에 감칠맛나는 콩트 연기를 펼쳐 큰 화제가 됐다. 과거에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의 주연이었다는 사실까지 떠올리면, 신동엽이 명MC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기본 바탕이 무엇이었는지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어느 영역보다 뛰어나다는 것도 방송가에서 개그맨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웃음의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이 필수. 개그맨들이 그만큼 대중의 취향과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개그맨들의 최대 장점은 친근함이다. 팬덤은 없지만 남녀노소 고르게 사랑을 받는다. 그 친근함이 코미디, 예능, 드라마, 영화, 가요까지 장르의 벽을 뛰어넘는 지렛대가 된다. 최근에 '개가수(개그맨+가수)'가 잇따라 등장하게 된 것도, 그리고 이들이 뜻밖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전방위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가능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