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의학드라마가 탄생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병원,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 팽팽하게 조여오는 긴장감, 이 모든 걸 고루 갖췄다. 9일 첫 방송된 MBC '골든타임'은 10중 추돌사고로 중증외상환자가 쏟아져 들어오는 종합병원 응급실의 모습을 비추며 강렬한 등장을 알렸다.
최인혁(이성민)의 진두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의 풍경은 미국드라마를 보는 듯 긴박했다. 구급차에서 내려진 환자가 병원문을 통과해 응급실 안으로 들어와 응급조치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끊김없이 하나의 호흡 안에 담겨 생생하게 살아났고, 배우들의 연기도 카메라 동선에 따라 한번에 딱딱 맞아떨어지며 리드미컬하게 연결됐다. '파스타'를 통해 익히 보아온 권석장 PD 특유의 템포감 있는 연출은 의학드라마의 긴박함과 버무려져 더욱 정교하게 가공됐다. "보통 드라마보다 템포감이 몇배는 빠른 것 같다"고 했던 이선균의 말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성민이 제작발표회에서 "초고속 스피디한 수술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말도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응급실 안에서 펼쳐진 수술 장면은 기존 의학드라마와의 차별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응급실을 통째로 갖다 놓은 세트나 중증외상환자의 피가 침대 밑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장면, 절개한 복부 안으로 지혈용 거즈를 한 뭉치 집어넣는 의사들의 거침 없는 손놀림 등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생사가 오가는 위태로움과 긴박함은 의학드라마의 공식과도 같지만 '골든타임'은 좀 더 '다른 그림'을 보여줄 거란 기대를 품게 했다. 한번의 수술 장면 촬영에 24시간 이상 공을 들인다고 하니, 그 기대감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술 침대 밑으로 흘러내린 인공피에 발바닥에 빨갛게 물들었다는 이성민과 이선균의 연기 호흡은 이 드라마 최대의 관전포인트다. 의대 졸업 후 한방병원에서 CT 촬영 오더나 넣으며 대충대충 무늬만 의사인 채로 살아가던 이민우 캐릭터는 이선균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실려 친근함을 얻었다. 아르바이트로 하룻밤 일했던 병원 응급실에서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으로 실려온 다섯 살 소녀를 잃고 패닉상태인 채로 떨리던 목소리도 이후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게 되는 변화의 계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 '브레인' 등에서 다소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성민의 카리스마 변신도 단연 돋보였다. '더킹 투하츠'에서 암살 당한 국왕 이재강 역으로 극 초반에 존재감을 내뿜었던 이성민은 '골든타임'에서 응급의학과 교수 최인혁이 되면서 한층 무게감을 보탰다. 촬영 한참 전부터 소품으로 쓰일 운동화를 신고 다녀서 낡게 만들고 체중을 감략하는 등 이성민이 캐릭터 표현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빛을 발했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눈빛에 날이 서 있으면서도 위급한 상황에서 결단력을 발휘하는 최인혁 캐릭터는 '골든타임'의 무게중심을 잡으며 극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첫 방송 후 이성민에게 쏟아진 호평을 보면 새로운 '꽃중년 스타'의 탄생도 머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첫 방송에선 시청률 8.7%에 머물렀다. 전작 '빛과 그림자'의 종영 시청률이 19.6%였던 것으로 고려하면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빛과 그림자'와는 장르가 전혀 달라 묵직한 시대극을 즐겼던 40~50대 시청층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골든타임'은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됐다. '골든타임'이 의학드라마 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