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망토 없이 만들어낸 충무로표 A급 블록버스터

기사입력 2012-07-12 18:19



'도둑들'은 올여름 최고 기대작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제작비가 140억원. '배트맨' 시리즈의 마지막편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대적할 만한 유일한 적수로 꼽힌다. '도둑들'엔 '다크나이트 라이즈'처럼 멋진 망토를 두른 영웅이 등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난 10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도둑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리지 않는 '충무로표 A급 블록버스터'의 저력을 보여줬다.


'더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

'엽기적인 그녀'란 영화가 나온지 11년이 됐다.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은 이후에도 숱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표작이 여전히 '엽기적인 그녀'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런데 11년 만에 전지현의 대표작을 바꿀 만한 영화가 나왔다. '도둑들'에선 그 누구보다 전지현이 돋보인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고 "이렇게 태어나기가 쉬운 줄 알아?"라는 따위의 자신감 넘치는 대사를 능청스럽게 소화한다.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작업복을 입은 전지현의 빼어난 외모를 감상하는 재미는 보너스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버전쯤 될까. 전지현이 맡은 '예니콜' 캐릭터는 그녀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준다.

중요한 사실은 전지현 외의 다른 배우들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 베테랑 김윤석과 김혜수, 이정재는 전체 스토리의 중심을 잡아준다. 연기파 도둑 '씹던껌' 역을 맡은 김해숙은 영화 첫 장면부터 '차원이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또 김수현은 순정파 도둑 잠파노 역을 맡아 '누나들을 홀리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건 '도둑들'의 가장 큰 힘이다.


할리우드 부럽지 않은 와이어 액션

화려한 액션신도 빠지지 않는다. 김윤석은 아파트 외벽을 타고 펼쳐지는 와이어 액션을 선보인다. 김윤석은 "거미줄도 없고 최첨단 장비도 없고 등산용 줄만 가지고 타라고 했다. 굉장히 중요한 액션신이라서 기가 막히게 나와야한다는 생각에 고민했다. 최선을 다했는데 내 나이에 마지막 와이어 액션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연기파 배우라 하지 말고 액션배우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팔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 투혼 덕분이었을까. 그의 말대로 이 장면은 기가 막히게 나왔다. 손에 땀을 쥐는 와이어 액션과 총격전이 이어진다.

줄타기 전문 도둑 역을 맡은 전지현 역시 과감한 와이어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카오의 30층짜리 카지노 빌딩의 외벽을 타는 장면은 여느 할리우드 영화 부럽지 않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중국 배우 임달화는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한다. 극 중 김해숙을 보호하며 다수의 경찰을 상대로 총격전을 선보인다. 이 장면은 실제 홍콩 느와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첩혈가두', '황비홍', '첩혈쌍웅2', '엽문' 등 15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임달화는 홍콩 느와르를 대표하는 배우다.


'감독이 죽어나는 영화' 위험 요소 제거했나?

톱스타들이 많이 출연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이 사람도 주인공, 저 사람도 주인공이다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잘 버무리지 못하고 의미없이 늘어놓게 되는 경우도 많다.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이런 영화는 감독이 죽어나는 영화다. 모든 사람이 빛나야 하기 때문"이라며 고충을 나타냈다. '도둑들'이 공개되기 전 가장 우려스러웠던 것 역시 이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런 위험 요소를 비교적 잘 넘어섰다. 캐릭터들의 관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잘 엮여있고, 출연 분량의 분배도 잘 돼있다는 느낌을 준다. 극 후반의 반전을 포함한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도 탄탄하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톱스타들은 서로 돋보이려고 하기 보다는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풍긴다. 김윤석은 "배우와 스태프만 있었다. 스타는 한 명도 없었다"는 말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극 중 도둑들의 관계가 애정을 중심으로 얽혀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산만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이런 관계를 통해 촘촘히 조여주기 때문. 김윤석과 김혜수, 김혜수와 이정재, 전지현과 김수현, 임달화와 김해숙의 관계는 스토리 전개의 중요한 축이 된다. 여기에 카메오 신하균의 활약까지. 이를 바탕으로 최동훈 감독은 '할리우드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도둑들'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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