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가 25일과 26일 양일간 일본 부도칸에서 단독 투어 '쥬얼리 박스'를 개최했다. 한국 걸그룹이 부도칸에서 공연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티아라가 일본에 정식 데뷔한 것은 지난 2011년. 소녀시대 카라의 후발주자란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연 역시 "사실 우리도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 소녀시대 카라가 너무나 훌륭하게 성공적으로 일본활동을 했기 때문에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이들은 '보핍보핍' '야야야' '롤리폴리' '러비더비' 등 4장의 싱글 앨범과 정규 1집 '쥬얼리 박스'를 발표하며 쉼없이 달렸고, 불과 1년 만에 한류의 역사를 새롭게 써냈다.
자신들은 "아직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진 못하고 있다"고 했지만, 1년 동안 달라진 위상은 부도칸 공연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부도칸의 최다 수용 관객 인원 수는 1만 여석. 티아라는 이틀 공연 분인 2만 석을 전석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관객 분포도. 일반적으로 한국 걸그룹의 일본 공연 주 관객층은 10~20대의 젊은 여성이다. 하지만 티아라의 공연에는 20~50대의 남성 관객이 대거 몰려 여성 관객과 남성 관객의 비율이 5:5를 기록했다. 일본 현지 걸그룹의 공연과 다름없는 양상을 보인 것. 이에 대해 소연은 "고양이, 인디언 등 남성팬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포인트를 갖고 무대에 섰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티아라의 인기 비결은 반(半)현지화 전략에 기인한다. '롤리폴리'로 시작된 공연 레퍼토리는 '러비더비' '야야야' '왜이러니' '거짓말' 등 기존에 한국에서 발표한 히트곡의 일본어 버전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처음처럼' 등 일본에서 발표하지 않았던 노래들은 아예 한국어 버전으로 무대를 꾸몄다. 그럼에도 공연장을 가득 채운 일본 관객들은 2시간 여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전원 기립, 야광봉을 흔들거나 안무를 따라하며 멤버들을 응원했다. 한국어 응원법을 외운 팬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특히 '러비더비' 무대 도중 소연이 "같이 점프해달라"고 외치자 일제히 셔플 댄스를 따라하는 등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멜로디와 독특한 컨셉트에 현지인들도 호응한 것.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관계자는 "한국에서 발표했던 노래 중 일본어 버전으로 발매한 곡들만 일본어로 불렀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 활동 모습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팬들의 취향에 완벽히 젖어든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멤버들은 통역사나 MC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를 사용하며 공연을 이끌었다. 토크 타임을 갖거나 새 멤버 아름과 다니를 소개할 때도 때로는 실수도 있었지만, 일본어 사용을 고수했다. 또 은정 효민 지연의 유닛 무대, 소연의 솔로 무대, 보람 큐리의 유닛 무대는 이그자일 '츄츄트레인', 코다쿠미 '큐티허니', AKB48 '아이타캇타' 등 현지 인기가수들의 곡으로 구성해 일본 팬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효민은 "일본 팬들도 우리를 만나면 한국어로 인사를 하거나 편지를 써주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서툴지만 일본에 왔다면 최소한 일본어로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반 현지화 전략을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은 티아라만이 갖고 있는 '다양성' 때문이다. 고양이, 인디언, 리얼 복고, 셔플 댄스 등 티아라는 매 무대마다 다른 컨셉트를 선보였다. 섹시, 큐티, 보이시 등 장르를 넘나드는 컨셉슈얼한 음악을 해왔던 탓에 해외 활동에서도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폭넓은 팬층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효민은 "우리끼리는 '가요계의 무한도전'이라는 얘기를 했다. MBC '무한도전'만큼 인기가 있단 뜻이 아니라 계속 무한한 도전을 시도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이제까지 15곡 정도 쭉 활동을 했는데 매번 다른 컨셉트를 보여드렸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무한 도전이지 않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력하는 모습이 티아라를 한국 걸그룹 최초로 부도칸에 서게 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토 마사키씨(31세, 남자)는 "부도칸을 꽉 채운 그 웅장함에 완벽히 매료됐다. 멤버들은 모두 매력이 넘쳤고, 우리는 즐겁고 행복했다. 티아라는 완벽했다"고 극찬했다.
스즈키 유카씨(19세, 여자)는 "콘서트를 보는 동안 짜릿했다.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료우타 씨(43세, 남자)는 "무대 위 몸짓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TV에서만 보던 티아라와 한 공간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며 호흡할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티아라는 "부도칸 공연은 굉장히 특별하고 의미있는 일이라 들었다. 한국 걸그룹 중에선 우리가 최초로 공연을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여러 무대 중에서도 기분이 좋고 긴장되고 떨린다. 화영이 다리 부상을 당해 무대에 함께하지 못한 부분, 그래서 공연 당일 구도 등을 변경해야 했던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팬들과 같이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 설 수 있어 감개무량하고, 좋은 기회를 얻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쿄=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