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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의사 면허가 있는 의사 이민우(이선균)는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헬게이트 인턴의 문을 열고 싶지는 않은, 그런 안일하고 조금은 비겁하기까지 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장대비가 쏟아지던 어는 날, 민우는 자신의 미숙함과 무지함으로 어린 생명을 놓치고 만다. 마치 '유비무환'이라는 말과 아이러니하게 딱 들어맞는 것처럼.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의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119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쉴드 삼아 다소 뺀질거렸던 민우는 그날을 기점으로 의사로서의 자신의 현재를 똑바로 자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외상환자에 대한 치료와 연구를 하는 분야인 외상외과를 무대로 펼쳐지는 드라마 <골든타임>은 이렇게 솔직하고 불편하지 않은 시각으로 병원을 비롯한 의료계 현실을 조목조목 꼬집으면서도, 최인혁과 이민우라는 희망의 불꽃을 활활 태우는 드라마다. 솔직 당당함에서 은연 중에 내추럴 본 엄친딸 상속녀를 입증하는 재인 역시 아마 또 다른 희망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 듯. 착하고 사명감도 투철한 아가씨이니 말이다.
하지만 <골든타임>이 정말 한눈에 확 들어오는 이유는 이 드라마 특유의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구석'에 있다. 솔까말, 의학 드라마 패턴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었다. 크게 나누자면 <하얀 거탑>과 <뉴하트> 정도로 말이다. 하균신의 쩌는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지만 드라마 자체로는 아쉬웠던 최근의 <브레인>은 그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 있던 느낌. 꼭 멘토들은 상냥하기보다는 까칠하고, 남자 멘티들은 <브레인>의 이강훈(신하균)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 잘났거나 <뉴하트>의 이은성(지성)처럼 따뜻한 사명감으로 충만한 착한 스타일이고, 여자 멘티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어리바리하거나 똑 부러지는 과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랬다.
그런데 <골든타임>은 다르다. 멘토인 최인혁은 가끔 버럭하기는 하지만 온화하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으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란 이런 것!-, 멘티인 이민우는 찌질한 듯 하지만 찌질하지 않고, 엄친딸 상속녀라는 비밀을 가진 강재인은 민우의 템퍼에 확 찬물을 끼얹어줄 수 있을 정도로 이성적이다. 물론 바람 핀 남자 친구 때문에 순간 이성을 잃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 제 자리를 찾은 듯. 게다가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높으신 분들의 짜증나는 행태를 마냥 악랄하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것으로 느끼게끔 하는 톤 조절까지 초반 만듦새가 보면 볼수록 괜찮아서 신기할 정도.
중증 외상 환자의 생존이 결정되는 1시간을 의미하는 골든타임. <골든타임>은 1시간 남짓한 시간을 통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로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그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며, 그 최선의 선택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용기를 묻고 있다.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력에 연출은 물론이며 탄탄한 극본까지! 어째 쓰릴하고 뻔한 성장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로 조금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듯.
<골든타임>을 보면서 작가님의 전작인 S본부 <산부인과>처럼 따뜻하면서도 찡하게 가슴 뭉클한, 또 하나의 웰 메이드 의학 드라마를 만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왔다. 그러니 부디 이 페이스를 잃지 않고 끝까지 잘 달려주시길. 아마 그러면 이제 의학 드라마의 부류는 <하얀 거탑>과 <뉴하트>, 그리고 <골든타임> 이렇게도 나뉠 수 있지 않을까. <토오루 객원기자, 토오루(http://jolacandy.blog.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