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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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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
역할의 크고 작음에 구애받지 않고 연기에 혼신을 쏟는 배우들을 칭송하는 표현이다. 주연보다 더 빛나는 '명품조연'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그런데 요즘엔 명품조연들이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앞세워 주연배우로 발돋움하는 일도 많아졌다. 안방과 스크린을 부지런히 오가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들 덕분에 '주연의 품격'도 한 단계 높아졌다.
MBC '골든타임'은 이성민의 안방극장 첫 주연작이다. 방송될 때마다 이성민에 대한 열띤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외과의사 최인혁의 카리스마는 이성민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배우와 캐릭터의 밀착력이 뛰어나다. '이성민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볼 가치가 있다'는 시청평과 함께 새로운 중년스타 탄생을 내다보는 목소리도 많다. 앞서 이성민은 드라마 '브레인' '파스타' '내 마음이 들리니' '글로리아' 등 여러 작품에서 코믹한 감초나 서민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MBC '더킹 투하츠'에서 근엄하고 자상한 국왕 역할로 또 다른 색깔을 꺼내 보인 후, '골든타임'에서 '황금기'를 맞이했다. 드라마 촬영 한참 전부터 소품용 운동화를 일부러 신고 다녀서 낡게 만들고 체중을 7kg 감량하는 등 숨겨진 노력도 대단했다. 보통 스크린을 통해 주연급으로 넘어가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성민은 드라마를 통해 주연이 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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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김종학프로덕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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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에서 이성민-이승기와 연달아 대립각을 세웠던 윤제문도 비슷한 경우다. 군산복합체의 수장으로 세계의 정치, 군사,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린 사이코패스 김봉구 캐릭터는 윤제문의 생활밀착형 연기로 인해 오히려 섬뜩함이 배가됐다. 이승기-하지원과 함께 주연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아도 부족함이 없었다. 드라마 종영 후에는 곧바로 첫 단독주연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를 관객들 앞에 내보였다. 총제작비가 2억원 남짓인 이 영화는 지난 달 12일 개봉해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예산 영화로선 이례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9일 개막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초청됐다.
KBS2 '성균관 스캔들'의 정조 역할과 '로맨스 타운'의 중년 로맨스로 사랑받은 '미중년' 조성하도 올해는 주연작들로만 필모그라피를 채우고 있다. KBS2 '1박2일' 명품조연 특집에 출연했던 것이 고작 1년 전이다. 지난 해 말 영화 '황해'로 각종 영화제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고, 대종상에선 트로피를 가져갔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공식적인 첫 주연작 '화차'를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박진영과 함께 출연한 '500만불의 사나이'도 개봉했고, 빅뱅 최승현과 호흡을 맞추는 '동창생'도 7월에 크랭크인했다. 충무로를 통틀어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조성하다.
458만 관객을 동원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는 류승룡이 있다. 영화 '고지전' '퀴즈왕' '베스트셀러' '시크릿' '평양성'을 비롯해 드라마 '개인의 취향' '바람의 화원' '별순검'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도, 조폭, 대학교수, 조선 말기 경무관, 백수가장, 럭셔리한 게이까지 동일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최근엔 '최종병기 활'과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류승룡의 시대가 왔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첫 단독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영화 '12월 23일'도 연말 관객들을 만난다.
조연 꼬리표를 떼내고 '명품주연' 수식어를 달게 된 이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이름값보단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내공을 바탕으로 40대에 들어서면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같다.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역을 소화했던 덕분에 한 가지 이미지에 고정되지 않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제작자들은 이들이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낀다. 연기력에 대한 신뢰는 물론이다. '명품조연'이란 표현에서 엿볼 수 있듯 조연배우층에 유독 실력 있는 배우들이 많다는 것도 이를 가능케한 배경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류스타의 이름값에 기댄 드라마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는 것처럼 배우의 스타성에 열광하던 시대는 지났다. 연기력과 작품성이 주요 관람 포인트가 되다보니 연기 잘하는 배우들에 대한 주목도가 이전보다 더 커졌다. 여기엔 시청자와 관객의 안목이 한층 성숙해진 것도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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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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