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전성시대, 숨은 힘은 '조연의 재발견'

기사입력 2012-11-02 13:40


영화 '건축학개론'의 조정석. '납뜩이' 역을 맡아 주연배우들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 숨은 주역인 조연들. 조연이란 단어엔 도울 조(助)를 쓴다. 그 영화에서 주연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을 터. 조연에 비해 주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 작품에서 주연보다 조연이 더 돋보일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조연은 진짜 조연일까, 아니면 주연일까? 이럴 땐 '명품 조연'이나 '미친 존재감' 같은 말이 쓰인다. '뛰어난 조연'을 표현하기 위한 말들이다. 그래도 조연은 조연이다. '명품 조연'들도 '톱스타 주연'보다는 아무래도 주목을 덜 받게 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런 조연들의 위치가 확 달라졌다. 주연보다 더 주목 받는 조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해낸 한국영화의 전성시대를 이끈 숨은 이유는 바로 이런 '조연의 재발견'에 있었다.

막강한 조연들이 유독 많이 등장한 한 해였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김성균,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은 조연이자 신인으로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다. 두 영화의 주연 배우였던 최민식, 하정우, 한가인, 수지 등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곽도원, 마동석, 신정근과 같은 '숨은 진주'도 올해 들어 빛을 발했다. 작품에 출연하면서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극이나 뮤지컬, 또는 영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탄탄한 실력을 닦아왔다는 것. 대중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 뿐이지, 연기력 면에선 이미 인정을 받은 실력파들이다.

이런 '조연 전성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연이란 이미지가 굳어진 듯했던 배우들을 아예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들도 눈에 띄었다.

'명품 조연'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조성하('화차')와 성동일('아부의 왕'), 윤제문('나는 공무원이다') 등이 각 영화의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25일 개봉한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의 주연은 김인권이다. 김인권 역시 각종 영화에서 감초 같은 조연 역할을 해오던 배우다.

'이웃사람'엔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임하룡 등 그동안 주로 조연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모두 주연으로 출연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실 주연배우와 조연배우가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최근 들어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느낌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잘 만든 영화에선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고, 어떻게 보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도둑들'을 예로 들었다. "물론 모두 톱스타들이긴 하지만,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어렵고 각자의 캐릭터가 전체 영화를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그만큼 우리 영화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얘기"라며 "한 두명의 톱스타를 내세운 정통적인 방식의 상업적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들이 설 수 있는 기반이 미약하지만 조금씩 다져져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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