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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16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에서는 '남자, 그리고 절대권력'이란 소재로 리더가 되기 위한 멤버들의 욕심과 이를 둘러싼 권력다툼이 벌어졌다. 나이순으로 리더를 뽑는다면, 기존의 리더이자 맏형 이경규의 몫이 되겠지만, 이 날 만큼은 나이의 구별없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민주적 절차인 투표를 통해 리더를 새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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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남자, 그리고 절대권력 1탄'의 전체적인 과정을 돌아보면, '쥐' 이경규-'토끼' 김준호 등 띠로 이름을 새로 지은 것에서부터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연상시켰고, 리더가 이경규에서 김국진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캐릭터나 관계도를 그대로 반영해 정치풍자가 진하게 묻어났다. 독한 이경규에서 순한 김국진으로 정권교체가 단행됐으나, 지배자와 피지배자사이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편함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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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투표는 왜 하고, 새로운 리더는 왜 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라진 게 없다. 정적이다. 역동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으면 뭐 하나. 민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지역감정,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를 대화와 타협의 파트너로 대하지 않는 것. 여야가 매번 싸움질을 하고 국민 편가르기 앞장서며 반대급부로 기득권을 챙기는 정치구태.
때문에 예능 '남자의자격'은 현실정치를 어쩌면 적나라하게 풍자를 한 셈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재미는 떨어졌다. 예능에서도 저 꼴을 봐야 하나. 과정에서 예능답게 순간순간 현실정치와 다른, 일침을 가할 수 있는 통쾌한 뭐라도 나와줘야 할 텐데, 라면을 사오거나 골프공을 줍는 등의 평이함속에 시간이 더해질수록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그것을 권력남용으로 빗대기엔 다소 약했고, 주어진 포지션에서 멤버들의 재치나 기발함을 발견할 수도 없었다. 입으로만 피바람 논하며 개혁과 변화를 얘기할 뿐, 기존에 품은 남격의 틀, 멤버들의 관계도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
더 재미없게 만든 건 정PD의 지나친 개입이다. 김국진에게 물바가지를 퍼붓는 멤버가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조건을 부여한 것이다. 과거 정권인 김국진에게 물세례를 하든, 라면을 못먹게 하든, 멘트를 못하게 하든, 그것은 새롭게 뽑힐 리더가 공약하고 추진할 범위와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인데, 남격멤버가 아닌 선관위에게 가까운 정PD가 공약을 제시하듯 지나친 개입으로 멤버들을 수동적인 포지션에 가두고 만다.
뿐만 아니라, 피디가 줏대가 없었다. 가장 먼저 김국진에게 물을 뿌리는 멤버에게 새로운 리더로 임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면, 주상욱이 김국진에게 물을 뿌림과 동시에 심판과 보복은 끝나고 새로운 리더에 의한 새정치,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야 했다. 그런데 중간에 느닷없이 물을 뿌리는 멤버에게 모두 기회가 있다고 말을 바꾸어, 결국 이윤석-윤형빈 등 멤버 모두가 김국진의 얼굴에 인정사정없이 물을 뿌렸다.
과연 그게 재밌었을까. 불편하고 거슬렸다. 굴욕적인 물세례를 당했던 김국진이 안쓰럽고 불쌍했다. 주상욱 한명이면 족했다. 배신에 앞장 선 김준호까지 두 명이면 충분히 웃음도 유발됐다. 그러나 정PD가 말을 바꾸면서, 한 명씩 돌아가며 김국진에게 물을 뿌릴 땐 지루하고 한심하고 불쾌했다. 과유불급의 전형이다. 안 하느니 못한 것이 됐다. 맞아주는 김국진이 웃으면서 이해하고 멘트를 쳐주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보는 시청자는 충분히 불쾌할 수 있었다.
선거철이다. 19일 대선투표가 있다. 때문에 남자의자격이 '절대권력'이란 소재를 다룬 것 자체는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과정이 평이하고 지루했다. 나름 현실정치를 풍자했건만 주로 입안에서 맴돌았을 뿐, 과정에서 예능의 장점을 살리지 못해 밋밋하고 지루했다. 권위적인 느낌이 강한 남격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경규중심 남격서열의 연장선에 불과한 식상한 재미추구. 남격이 4년이나 됐음에도, 아직도 멤버들이 자신이나 상대방의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멤버는 화려한데 재미면에서 시너지가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떤 상황에서 웃음이 유발되고, 눈살이 찌푸려지는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시청자의 눈높이를 반밖에 쫓아가지 못하는 절대약점을 또 다시 노출시켰다.<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