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복합매장에서 K-POP 음반을 고르고 있는 소녀들. 이곳에는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2NE1, 빅뱅 등 인기 가수들의 정품 음반이 팔리고 있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상파울루 시내 한복판에서 K-POP을 찾아라!
남미 대륙이 K-POP의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과 정반대편에 위치한 남미 국가들에서 최근 몇년 사이 K-POP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동시에 한국 문화에 대한 주목도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K-POP은 남미에 어느 정도 침투해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안고 브라질 최대의 도시인 상파울루 시내로 나가봤다. 상파울루의 젊은이들은 과연 K-POP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지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에 위치한 책과 음반을 동시에 판매하는 복합 매장 '리브라리아 쿨투라(Livraria Cultura)'를 찾아가 봤다.
K-POP 가수들의 음반은 한달에 약 30장 정도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현지인들에게 많은 부담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혁 기자
K-POP 음반 한 장에 무려 10만원?
사실 이 곳에서 K-POP 음반을 찾을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K-POP이 인기를 막 끌기 시작하는 지역에서는 대부분 정품 CD 보다는 불법복제 CD가 유통되는게 대부분이었기 때문.
넓은 매장을 둘러보았지만 쉽게 K-POP 가수들의 음반을 찾진 못했다. 매장을 나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점원에게 물어봤더니 검색 컴퓨터에서 바로 K-POP 가수들의 음반을 찾아내 위치를 알려줬다.
해당 지역에 가보니 정말 K-POP 가수의 CD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소녀시대, 2NE1, 헬로비너스, 포미닛 등 인기 절정의 걸그룹을 비롯해 슈퍼주니어, 빅뱅 등의 음반이 보였다. 마침 근처에서 K-POP 음반을 고르던 한 청년은 기자를 발견하고는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음반 매장에서 만난 엘리아스는 K-POP이 좋아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비교적 또박또박하게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이정혁 기자
동방신기의 음반을 사러 왔다는 24세의 엘리아스는 "K-POP을 좋아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다. 10월에는 한국에 들어가 석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고 비교적 또박또박 한국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K-POP 음반이 얼마나 팔려 나갈까? 매장 점원인 에링키는 "K-POP 음반을 찾는 문의가 늘어나면서 1년 전부터 음반을 비치하기 시작했다. 한달에 약 30장 정도 팔려나가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POP 음반의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음반 한 장에 무려 180헤알(약 10만원)이나 됐던 것. 상파울루 한달 최저 임금이 640헤알(34만6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음반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싼 것에 대해 에링키는 "한국에서 정품을 직접 수입해 오다보니 가격이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K-POP 관련 소식을 전해주는 사이트 '사랑인가요'를 만든 나탈리아 박. 이민 2세인 나탈리아 박은 브라질 친구들이 K-POP을 좋아해 이 같은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이민 2세가 만든 K-POP 사이트, 남미 K-POP 열풍 책임진다!
브라질의 K-POP 팬들은 주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본 뒤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된다. 이후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정보는 한 이민 2세 여성이 만든 사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었다.
그 사이트가 바로 포르투갈어로 운영되는 '사랑인가요(sarangingayo.com.br)'. 4년 전 이 사이트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나탈리아 박(26)이다.
사이트를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나탈리아 박은 "어려서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브라질 친구들이 K-POP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개설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브라질 청소년 10명 중 4명 정도가 K-POP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상파울루의 10대 부모들은 K-POP이 팝 음악의 힙합곡들과 달리 욕설이 없어 교육적으로도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최대한 K-POP 사이트인 '가요인가요'의 메인 페이지
'사랑인가요' 사이트의 하루 접속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많을 때는 하루에 9500여명이 접속해 K-POP 관련 뉴스를 접했다. 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나탈리아 박은 20여명의 친구들과 함께 포르투갈어로 발빠르게 K-POP 가수들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K-POP 팬층은 지난 해 가수 싸이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불이 확 붙었다.
나탈리아 박은 "K-POP이 브라질에서 더욱 확대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음반 가격의 현실화다. 한 장에 10만원 씩 하는건 문제가 있다"며 "만약 가격이 지금의 10분의 1 정도까지 떨어진다면 순식간에 K-POP이 브라질 전체를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 상파울루 총영사관의 박상식 총영사가 K-POP의 인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혁 기자
슈퍼주니어 콘서트 소식에 삼성-LG 휴대폰 판매도 늘어
브라질에서의 K-POP 인기는 고스란히 한국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 상파울루 총영사관의 박상식 총영사는 "K-POP이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LG, 삼성, 현대가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은 적은 반면 K-POP이 한국 가수의 노래라는 것은 확실히 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22일 슈퍼주니어가 콘서트를 위해 상파울루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과 LG의 휴대폰이 더 많이 팔렸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상파울루 거리에는 현대 자동차가 질주했고 시민들의 손에는 삼성과 LG의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K-POP의 인기는 한국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제품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혁 기자
특히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이미지 개선에 K-POP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은 한국식의 빨리빨리 문화에 반감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은 지나치게 목표 지향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K-POP을 알리면서 자연스럽게 나쁜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있는 것.
박 총영사는 "상파울루에서는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적극 나서 한국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한국문화 강연'을 개최하고 있다. 이미 4차례 진행됐고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또 "K-POP이 인기를 끌기 전에는 찾아다니면서 한국을 알려야 했는데 이제는 브라질 사람들이 먼저 찾아와서 한국을 알려달라고 하는게 가장 크게 변한 것 같다. 이를 요구를 반영해 오는 8월에는 상파울루에 문화원을 개원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상파울루(브라질)=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