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다. 주중 드라마 시청률 말이다. 지상파의 모든 프로그램 시청률이 하향 평준화 되고 있다 하더라도 월화극과 수목극 시청률은 시쳇말로 빠져도 너무 빠졌다.
지난 8일 방송한 지상파 3사의 수목극 시청률만 보더라도 그렇다.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이하 내연모)은 4.9%(이하 닐슨 코리아)에 머물렀다. MBC '남자가 사랑할 때'는 8.9%, KBS2 '천명'은 9.6%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10%도 넘지 못하는 드라마가 1위란다. 이제 시청률 10%만 넘으면 '성공했다'고 할 판이다.
월화극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 7일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MBC '구가의 서'가 14.4%다. KBS2 '직장의 신'은 14%,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는 8%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니 드라마 '대박'의 기준도 점점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제 주중 드라마는 20%만 넘으며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왜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방송가에서는 대부분 다시보기 인구의 증가를 꼽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평일 밤 10시에 정확히 TV 앞에 앉아있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재미있다'고 평가받는 드라마는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를 받던지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하락의 원인을 치부해버리기에는 뭔가 미심쩍다. 지난 해 40%를 넘으며 대성공을 거둔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봐도 그렇다.
이에 전문가들은 타깃 시청층 공략에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지금 현재 주중 드라마의 메인 타깃 시청층은 2030여성이다. '구가의 서'가 판타지 장르를 택한 것이나 '장옥정'이 패션디자이너라는 설정은 역시 젊은 시청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다"라며 "하지만 요즘 2030여성 시청자들은 대부분 이 시간에 TV앞에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집에 있다고 해도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품달'의 예를 들며 "이 드라마는 2030여성층 뿐만 아니라 중년 여성들에게도 꽤 볼만한 드라마였다"고 지적했다. 평일 밤 10시에도 TV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은 대부분 중년 시청자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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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들의 전방위적인 공세도 이유 중 하나다. 채널의 급격한 증가로 시청자들의 눈은 한자리수 채널 번호에만 머물지 않게 됐다. 리모콘의 '▲'버튼을 눌러도 눌러도 끝이 없이 나오는 방송들 중 자신이 선호하는 채널에 머물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이른바 '케드'의 성공은 물론 높아진 질도 있지만 '틀면 나온다'는 다채널 전략이 유효하기도 했다. 케이블채널들은 '듀얼 본방'이라는 다소 어색한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자신들의 자체제작 드라마를 여러 채널에서 전방위적으로 틀어대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주중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하락세가 방송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다시보기 인구의 증가로 인한 시청률 하락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다. 다시보기는 방송사의 직접적인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미남이시네요'나 '골든 타임'과 같은 드라마는 다시보기로 시청한 이들이 본방송을 본 이들보다 더 많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은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다. 다시보기에는 CF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광고주들이 CF보다 PPL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깃 시청층 공략 실패는 제작진이 고정관념만 깬다면 충분히 실험해보고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케드'의 공세는 '케드'보다 질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위기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