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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 육아로 세번째 프로가 되다
박-그렇게 성준이를 낳고, 바로 둘째 딸 채윤이를 낳았고, 그리고 7개월 된 세째까지 있어요.
한-아이들이 늘면 엄마가 정신 없는 건 분명 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아이들 웃음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첫 째는 셋 째가 춤만 추면 싱글벙글 웃어요. 그 모습에 웃고, 행복하죠. 결혼 전이었다면 몰랐을 행복이에요.
박-기쁨도 크지만, 아이를 셋이나 키우는 건 쉽지 않잖아요.
한-바둑처럼 우선 순위를 두는 게 중요해요. 아무 것도 없는 바둑판에 큰 그림을 그리고, 제가 한수 두수 그림을 그리잖아요. 마찬가지로 우선 순위를 정하는 거죠. 육아, 해설, 칼럼 등 많은 일이 있는데,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우선 순위를 정해요. 일단 지금은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 두번 째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인데요. 그날 그날 상황, 남편의 스케줄을 보면서 융통성 있게 조절하죠.
박-그래도 도와주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한-가장 큰 조력자는 당연히 남편이고요. 그리고 도와주시는 분들은 부모님들이에요. 첫째 때는 부모님도 자주 오시고, 시어머니가 앞동에 계셔서 편하게 봐주셨어요. 둘째를 낳으면서 1명씩 분산육아를 했죠. 투자만 분산투자가 아니라 육아도 분산육아로 했어요. 둘째 보다 조금 보기 쉬운 첫째는 시어머니, 둘째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겼어요. 그런데 셋째를 낳고 나니까, 약간의 신경전이 생겼어요. 주말에 어쩔 수 없을 때는 남편이 쉴때 첫째랑 둘째를 한 묶음으로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께 보내요. 셋째는 친정으로 보내고요. 전 넙죽 바닥에 엎드려서 갖은 아양을 다 펴야죠.(웃음) 갑을병정의 정입니다. 바둑 기사하면서 말도 부족했는데, 요즘 많이 늘었어요.(웃음)
박-바빠도 꼭 하는 건 뭔가요?
한-아이들 자기 전에 책 읽어 주거나,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거예요. 읽어주다가 비록 먼저 자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한 엄마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꼭 해요.
박-김학도씨가 육아일기를 쓴다고요?
한-남편이 애들과 정말 잘 놀아줘요. 육아일기 뿐만 아니라 애들이 하는 재미있는 말을 다 적어서 마주일기도 만들어요. 예를 들면, 컵에 참깨가 묻어은 걸 보고 '오뎅 씨앗이다. 오뎅 씨앗이 붙어있다' 라고 하더라고요. 말도 안되는 거지만, 그런 걸 다 적은 게 마주일기인데요. 아이들 각자에게 선물을 하려고요. 또 아빠만 집에 오면 애들이 목마 타고, 매달리고, 발 붙잡고 그런다. 아빠를 코끼리 삼아, 강아지 삼아 놀아요.
박-남편이 육아를 도아주는 건 복이에요. 그런데 첫째가 아팠다고 들었어요.
한-첫째 아이가 한쪽 눈물샘이 막혀서 수술 권유를 받았어요. 그런데 시기를 좀 놓쳤어요.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한쪽 눈에 늘 눈물이 고여 있는 상태니까, '나중에 커서 놀림을 받으며 어떡하지?' '힘들어 하지 않게 자신감 있게 키워야 하는데…' 남편과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남편이랑 마사지를 해줬어요. 마음 고생이 많긴 했는데 다행히 마사지 덕에 관이 넓어지면서 눈물샘이 제 기능을 찾았어요. 이 부분은 진짜 남편의 정성으로 나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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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자 한해원이 꾸는 새로운 꿈은 있나요?
한-제 꿈은 10년에 한 가지씩, 프로처럼 스스로 만족할 만한 걸 한 가지씩 이루는 게 꿈이에요. 바둑과 재테크만 보면 6년 정도 한 종목을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파고 들었어요. 그렇게 6년이면 프로에 근접한 수준에 도달하는 거 같아요. 나머지 행복하게 지내는 순간 4년, 이렇게 10년을 지내는 거죠. 10대엔 프로 바둑 기사가 됐고, 20대엔 재테크를, 30대엔 아이를 낳고 육아에 힘을 쏟고 있어요. 지금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엄마와 아이들이 길을 찾을 때 안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실은 여기까지는 정해놨어요. 남편과 띠동갑 차이라 제가 40대가 되면 남편은 50대에요. 슬슬 은퇴를 생각할 나이죠. 저도 프리랜서고 남편도 프리랜서니까요. 경제적인 계획을 지금 세울 순 없지만, 부부의 사랑이나 생활의 가치를 높이는 걸 많이 하고 싶어요. 바둑도 많이 알리고 싶고, 바둑 배우기 어려운 사람들한테 바둑을 알리는 일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건 없습니다.(웃음)
박-아기를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합니다.
한-아이를 키우다보면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제일 많이 할거예요. 그렇지만 그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거 같아요. 저도 지금 그런 마음으로 셋째를 키우고 있어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 자체에서 '엄마로서 이렇게 잘 했구나', '내가 없어진 게 아니구나'란 생각을 가지게 될 거예요. 그 다음의 여유 시간에 여자로서의 시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엄마가 '대마'라고 생각해요.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엄마들은 계속 강해지고 있고, 계속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박경림이 본 한해원
미녀 프로바둑기사이자 개그맨 김학도 씨의 아내,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유명인이자 유명인의 아내이다. 유명인으로도, 유명인의 아내로도 항상 행복해 보이기만 한 그녀의 비결은 뭘까,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 한참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가 작고 가녀린 체구로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일들을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척척 해내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둥이맘의 복지혜택, 각종 세제혜택을 줄줄이 꿰고 있는 그녀는 똑 부러지는 재테크의 달인이자, 바둑판 앞에서는 물론, 남편과 아이들을 현명하게 리드하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되게 만드는 그 과정이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녀의 여리지만 강한 미소가 부러웠다.
세 아이를 키우며 친정으로, 시댁으로 아이들을 하나씩 나눠 맡기고, 바둑기사로, 재테크 전문가로, 방송해설자이자 강사로 1인 5역쯤을 척척 해내는 그녀의 비결은 '주어진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었다. 큰 욕심을 부렸다면, 시작하지도 못했을 일들이다. 그러나 자기 앞에 놓인 바둑돌 한 수, 한 수에 최선을 다하며, 매 순간 행복하기 위해 치열하지만,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그녀는 참 현명해보였다. 그녀가 세 아이와 함께 틈만 나면 마주 앉아 쓴다는 '마주일기'를 오늘은 나도 내 아이와 함께 써봐야지 생각했다.
한편,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한해원 편'은 21일 오후 7시 케이블TV 트렌디에서 볼 수 있다.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