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 설문] 이 시대의 '명배우'를 말하다

기사입력 2014-03-21 06:05


송강호.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명배우 (名俳優) [명사] 연기를 잘하여 이름난 배우.

사전적 의미는 초간단하다. 작품 속에 푹 빠졌다가 이제 막 숨을 쉬기 시작한 사람들은 참았던 날숨 속에 감탄사를 실어 보낸다. "우와, 저 배우 끝내준다(혹은 성별과 세대에 따라 '쩐다')." 우리 시대 그 '끝내주는' 감탄사를 이끌어내는 명배우는 과연 누구인가. 무엇이 명배우를 만드는가. 지난 사반세기 동안 이 시대 최고의 배우들을 대중의 품에 건네는 가교 역할을 해왔던 스포츠조선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명배우의 조건'을 찾아 떠나보기로 했다. 명배우를 발굴하고 다듬어 완성시키는 현장에 밀착해 있는 20명의 전문가를 엄선해 명배우 선정을 의뢰했다. 이 시대 최고의 남·녀 명배우, 차세대를 이끌어갈 남·녀 명배우와 명배우의 성립 조건을 챙겨 들었다. 현장 전문가들이 선택한 오늘과 내일의 명배우는 과연 누구일까. 자, 지금부터 공개된다. <편집자 주>


최고의 남자 명배우? 송강호

배우란 타이틀을 가진 이들은 많지만 '명배우'라는 칭호를 얻은 사람은 별로 없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송강호(14표)다.

송강호는 가장 네임밸류 있는 충무로의 대표 트로이카 중 하나로 꼽힌다. 옆집 아저씨 같이 푸근한 느낌이지만, 캐릭터에 녹아드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관계자는 "송강호는 캐릭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을 실존 인물처럼 재창조해낸다. 그러면서도 송강호라는 배우를 놓아버리는 게 아니라 송강호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는 점이 최강점"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배우가 되려면 대중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저 배우가 출연했다면 믿고 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즉 흥행력 있는 배우란 대중의 신뢰를 얻은 배우란 소리다. 그런 면에서 송강호는 빼놓을 수 없는 배우"라고 전했다. 실제로 송강호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2006년 '괴물'(1301만 명), 2013년 '변호인'(1136만 명)으로 두 번이나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관상'(913만 명, 2013), '설국열차'(934만 명, 2013), '의형제'(550만 명, 201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8만 명, 2008), '살인의 추억'(525만 명, 2003), '공동경비구역 JSA'(589만 명, 2000), '쉬리'(582만 명, 1998) 등 5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도 9개에 달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살인의 추억' 중)는 등 극중 대사가 회자되기도 한다. 그만큼 관객에게 인상깊은 연기로 어필했다는 뜻이다.

2위는 하정우(8표)다. '믿고보는 하배우'란 애칭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한 셈. 대학시절부터 연극을 하며 실력을 쌓아온 만큼, 선굵은 캐릭터 연기에 강하고 소화할 수 있는 장르 폭이 넓다. 연기력만 놓고 보면 젊은 배우들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하정우는 항상 기복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중 하나다. 특히 '추격자'(2008)를 보면 그 진면목이 나온다. 연쇄살인범 역할을 리얼하게 소화했을 뿐 아니라 김윤석과의 앙상블이 대단했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가늠되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상대 배우와 어느 정도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지도 배우에겐 중요한 덕목"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이병헌과 황정민이 각각 5표를 획득하며 공동 3위에 올랐다. 황정민은 2005년과 2013년 청룡영화상에서 두 번이나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연기파 배우다. 이병헌은 특유의 매력이 큰 득점 요인이 됐다. 한 관계자는 "이병헌은 뛰어넘기 힘든 마력이 있다. 보이스가 좋고 큰 키도 아닌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력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윤석과 최민식이 4표로 공동 5위, 손현주 류승룡 류승범이 3표로 공동 7위, 이성민 유동근은 2표로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또 박해일 오달수 김명민 김갑수 신하균 조승우 주현 등도 명배우로 꼽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최고의 女 명배우? 전도연

요즘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다룬 작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여배우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여배우에겐 더욱 큰 격려가 필요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관객과 시청자를 사로잡은 최고의 여배우들이 있다. 그중 설문자 20명이 한결같이 첫 손에 꼽은 여배우는 바로 전도연이다.

전도연은 무려 16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설문자는 '넘사벽(능력이 탁월해서 뛰어넘을 수 없는 인물이나 대상을 뜻하는 표현)'이라고 표현했다. 전도연은 2007년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2년간의 공백 후에 선보인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여성 영화임에도 전도연의 이름만으로 18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돼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된 평범한 한국인 주부의 실화 '장미정 사건'을 그린 작품. 전도연은 실제 현지 교도소에서 재소자들과 함께 촬영을 하며 리얼리티를 살렸고 ,수감 생활로 영양실조에 걸리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극한의 체중 감량을 했다. 영화가 대한민국 정부의 치부를 건드릴 수밖에 없기에 여배우로선 다소 부담이 되는 선택일 수 있지만, 전도연은 주저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여성 영화 기획 자체가 없는 충무로에서 전도연은 여배우의 존재감을 몸으로 증명하는 배우"라며 "연기력만으로 영화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2위에 오른 김혜수는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 고르게 표를 얻었다. 김혜수는 최근 2년간 안방과 스크린 양쪽 모두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영화 '도둑들'이 1200만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관상'까지 900만을 돌파하며 막강한 흥행 파워를 자랑했다. 특히 '관상'에선 주연급 배우임에도 조연의 자리에서 극을 뒷받침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혜수의 변신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해 방영된 KBS2 '직장의 신'도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 캐릭터로 분한 김혜수는 비정규직 현실에 대한 풍자를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로 표현해내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 김혜수에게 연기대상이 뒤따라온 것은 당연한 수순. 설문에 응한 관계자들은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람으로 김혜수를 많이 꼽았다.

하지원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증명했다. 설문자 5명에게 표를 얻어 3위에 올랐다. 하지원도 지난 연말 MBC 연기대상의 주인공이다. 방송 초반부터 역사 왜곡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드라마 '기황후'가 시청률 30%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데는 하지원의 공이 절대적이다. 한 작품 안에서 액션 연기와 감성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여배우는 하지원밖에 없다. 하지원은 특히 현장에서 들려오는 칭찬이 많았다. 한 관계자는 "하지원이 촬영 분량이 많아서 밤을 새는 날이 많고 체력적 부담이 클 텐데도 현장에서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면서 "완벽한 준비와 성실한 태도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고 했다.

그밖에도 손예진이 4표를 얻어 4위에 올랐고, 문소리와 공효진 각각 3표, 윤여정, 고현정, 임수정, 김혜숙이 나란히 2표를 얻었다. 여배우는 남자배우에 비해 표심이 폭넓게 분배된 편인데, 이는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기 어려운 제작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김수현,스포츠조선DB.

차세대 男 명배우? '별에서 온' 김수현

결론부터 말하자면, 든든하다. 국내 드라마 및 영화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금, 한류의 영향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우층이 든든해야 한다. 투표수는 달랐지만, 다양한 배우들이 꼽혔다는 것은 미래를 이끌어 갈 배우들의 층이 두껍다는 방증이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배우는 SBS '별에서 온 그대'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영화 '도둑들' 등으로 톱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20명의 투표자(3인까지 중복투표 가능)들 중 14명이 지지했다. 관계자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 줄 아는 스펙트럼과 성실함"을 김수현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여진구가 뒤를 바짝 쫓았다. 여진구는 10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여진구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김수현의 아역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여진구는 이후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박유천의 아역, 시트콤 '감자별 2013 QR3'에 출연 중이다. 여진구는 무엇보다 영화 '화이'를 통해 지난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거머쥐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화면을 점령할 줄 아는 카리스마가 선정 이유다.

3위는 김우빈(6표)이 차지했다. 영화 '친구2'와 드라마 '상속자들', '학교2', '신사의 품격' 등에 출연하며 빠르게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우빈은 꽃미남 배우들과 다른 '상남자' 외모와 존재감, 거기에 패셔니스타의 자질까지 두루 겸비하며 지지를 받았다.

4위는 이민호(4표)와 유아인(4표)이 나란히 뽑혔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상속자들'까지 연이어 히트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인기가 높은 이민호는 단연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배우다. 훤칠한 외모와 해외 인지도, 거기에 한층 성숙된 연기력까지 겸비해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배우로 점쳐졌다. 올해 개봉될 느와르 '강남블루스'에서 이민호의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현재 김희애와 JTBC 드라마 '밀회'를 촬영 중인 유아인의 필모그래피도 화려하다. 성장드라마 '반올림'과 '최강 칠우',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에서 꽃미남 배우로 꼽혔던 유아인이 드라마 '패션왕', 영화 '완득이', '깡철이' 등으로 대체할 수 없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영화 '건축학개론', '분노의 윤리학', '파파로티' 등에 출연했던 이제훈이 3표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이후 주원 이종석 송중기 임시완 조정석 유승호가 각각 2표씩 받으며 공동 7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조인성 정우 이승기 유연석 탑 강하늘 지창욱이 고르게 표를 받았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심은경.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차세대 女 명배우? 수상한 그녀, 심은경

'제2의 전도연'은 누굴까?

대중은 항상 새 얼굴을 원한다. 여배우 가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요즘엔 더욱 신선함을 추구하게 됐다. 스포츠조선이 창간 특집을 맞이해 영화 및 방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 대표 여배우 전도연의 뒤를 이을 만한 재목을 가려봤다. 과연 톱 10에 든 차세대 여배우들은 누구일까.

1위는 심은경(11표)이다. 보이시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관계자는 "첫 주연작 '써니'나 최근작 '수상한 그녀'까지 어린 나이에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사실 코믹 연기는 무조건 망가진다고 되는 게 아니다. 너무 과하면 억지스럽고, 모자라면 재미가 없다. 그 중간 지점을 찾아내는 게 관건인데 젊은 여배우가 원톱으로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아무리 아역 배우 출신이라지만 그런 내공이 쉽게 쌓이는 건 아니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한 20대 여배우임에도 작품을 위해 망가짐도 불사하는 열정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2위는 김고은(10표)이 차지했다.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와 동시에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그해 제33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아냈다. 최근 개봉한 '몬스터'에서의 연기 역시 호평받았고, '협녀:칼의 기억' 또한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어 SBS '상속자들', '미남이시네요'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하이틴 로코퀸'으로 떠오른 박신혜가 3위(7위), 풋풋한 매력의 박보영이 4위(6표), 젊은 여배우 중 일상 연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공효진이 5위(5표)에 랭크됐다. 또 고아성(4표), 김유정(3표), 고아라(2표), 한효주(2표), 김민희(1표), 정은채(1표), 미쓰에이 수지(1표), 애프터스쿨 유이(1표), 문채원(1표), 백진희(1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무엇이 명배우를 만드는가

명배우의 조건이 무엇일까. 단순히 외모가 잘생기고, 얼굴이 예쁘고, 연기 경력이 오래됐다고 명배우로 꼽히진 않을 게다. 이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스포츠조선에서 창간 특집으로 방송 및 영화 전문가들에게 '명배우의 조건'을 설문했다.

전문가들의 설문에 따르면 명배우의 조건으로 외적 요소과 내적 요소로 구분지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연기력', 내적인 요건으로도 들 수 있겠다. 어떤 작품, 어떤 역할,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제 몫을 해내는 연기력이야말로 명배우의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제작한 전재순 예인플러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기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꼽으며 이병헌을 예로 들었다. 전 대표는 "보이스는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배우들이 넘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KBS 재직 시절 '성균관 스캔들'을 연출했던 김원석 tvN PD는 "연기력과 외모가 갖춰져 있다는 전제 하에서는 다른 이의 마음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감성 지능이 배우에게 굉장히 필요한 덕목이다"라고 했다.

연기력과 더불어 꼽아진 항목으로는 성실성과 열정을 비롯한 배우의 마음가짐이다. 영화 '변호인'을 제작한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는 "명확한 주관과 캐릭터에 부합하는 연기 열정"을 명배우의 조건으로 꼽았다. '기황후'를 제작한 전흥만 이김프로덕션 본부장은 "연기력 못지않게 인성도 명배우의 중요한 요소"라며 "현장에서 동료와 스태프를 먼저 배려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존경 받는다"고 말했다.

최재욱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너무 잘 생기면 다양한 캐릭터 몰입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공부를 많이 한 연기자도 캐릭터를 너무 분석해 생명력 없는 캐릭터를 만든다"며 명배우로서 적합하지 않은 조건을 댔다. 이밖에 MBC 드라마국 최이섭 부국장은 "외형적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할 줄 아는 사람, 자신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사람"을 명배우로 꼽았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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