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탱크', 세계적 e스포츠 종목으로 떠오르다!

최종수정 2014-04-06 12:22



◇4일부터 6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WGL 그랜드 파이널'에서 폴란드 e스포츠 팬들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가상 전쟁'의 서막이 오르다!

'롤드컵', 'WCS', '더 인터내셔널' 등은 세계적인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 밸브 등이 매년 치르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게이머들은 돈과 명예가 한꺼번에 주어지는 이들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e스포츠 팬들은 이 경기를 보기 위해 기꺼이 밤잠을 설친다. 이 가운데 '롤드컵'이라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오는 9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라 관심이 더욱 크다. 어쨌든 전세계에서 지역별 대회를 거쳐 1년에 한번씩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최강자를 가린다는 것은 상당한 예산과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MMO 전략게임인 '월드 오브 탱크'로 세계적인 게임사 반열에 이름을 올린 워게이밍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치른 '워게이밍넷 리그 그랜드 파이널'(이하 WGL 그랜드 파이널)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e스포츠가 그만큼 전세계적인 스포츠-문화 콘텐츠가 됐다는 뜻이 되고, e스포츠 장르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얘기도 된다. 'e스포츠 종주국'이면서도 그 주도권을 해외에 뺏긴 한국으로선 아픈 현실일 수 있다. 4일(이하 한국시각)부터 6일까지 3일간 e스포츠가 비교적 낯선 동유럽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WGL 그랜드 파이널'을 다녀왔다.

'가상 전쟁' 시작되다

'월드 오브 탱크'는 지난 2010년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에선 2012년 12월 정식 오픈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아직 큰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지만,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선 가장 '핫'한 게임이다. 러시아에선 지난 1월 온라인게임 단일 서버로는 최다인 110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계 유저는 무려 7800만명에 이르고, 게임마켓 리서치 회사인 슈퍼데이타(Super Dat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억7200만달러(약 39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초대박을 친 한국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9억5700만달러), 대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6억2400만달러), 넥슨의 '던전앤파이터'(4억2600만달러)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매출이다.


1~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고증을 거친 7개국 300여개의 탱크가 전장을 누비면서 경기를 벌이기 때문에, 특히 유럽인들과 남성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첫 대회가 열린 것이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까지 '월드 오브 탱크'는 지역에서 단발성 대회로 열리거나 WCG(월드 사이버 게임즈) 등 종합 e스포츠 대회의 한 종목으로 채택돼 경기가 열린 적은 있었지만, 단일 대회로 승격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월드 오브 탱크'으로 e스포츠를 즐기는 팬층이 두터워졌다는 얘기가 된다.

워게이밍은 'WGL 그랜드 파이널'을 개최하기 위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800만달러를 투자했다. 올해는 그 규모를 25% 늘려 100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또 워게이밍은 '월드 오브 탱크'를 시작으로 비행기들이 전투를 벌이는 '월드 오브 워플레인'에 이어 전함들이 등장하는 '월드 오브 워쉽'을 공개할 예정이다. 만약 2개의 신작이 '월드 오브 탱크'처럼 e스포츠로 큰 인기를 모을 경우 'WGL 그랜드 파이널'은 육해공 전투가 펼쳐지는 '가상 전쟁 올림픽'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넓어지는 e스포츠의 외연

바르샤바는 도시 인구 대비 '월드 오브 탱크' 유저층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 e스포츠는 여전히 낯선 콘텐츠였다. 대회가 열린 멀티플렉스 영화관 '멀티키노 골든 테라스'에는 1000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려들어 경기를 즐겼지만, 한국이나 북미 등과는 달리 경기 중 큰 환호성 없이 차분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월드 오브 탱크'의 게임 전개가 비교적 느린 편이라 주로 즐기는 연령대도 30~40대인데, 이를 반영하듯 중년층과 함께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e스포츠의 외연이 지역이나 연령별로 계속 확대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워게이밍에서도 e스포츠의 모델은 한국이다. 워게이밍 글로벌 e스포츠를 총괄하고 있는 사람이 한국인 혹은 한국에서의 경험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은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온게임넷과 블리자드에서 e스포츠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워게이밍 박종혁 글로벌 e스포츠 디렉터는 "초창기 e스포츠 모델은 한국이 만들었지만 이제 비로소 e스포츠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해외에서 그 열기가 더 높은 것 같다. 어쨌든 'WGL 그랜드 파이널'을 세계적인 e스포츠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경험을 쏟아붇겠다"고 말했다. 또 이 대회를 총괄한 워게이밍 모하메드 파델 북미-유럽 e스포츠 디렉터 역시 3년간 한국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 해외 서비스를 담당하며 온라인게임 문화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선 e스포츠가 정체된 상황이다. 각종 규제의 영향에다 인기종목에 대한 지나친 쏠림도 있다. 게다가 국산 게임 가운데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한 것은 거의 없다. 게임사들이 e스포츠를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투자에 인색한 것이 주 원인이다.

또 한국이 주도하던 WCG와 같은 대표적인 e스포츠 대회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사라졌다. 대회 운영사의 대주주인 삼성전자가 투자 대비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을 끊었기 때문이다. 향후 이런 것이 한국 e스포츠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 '아레테'(ARETE)와 '노아'(NOA) 등 2개팀이 참가, 전세계 12개팀과 자웅을 겨뤘다. 하지만 '노아'는 14강 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했고, '아레테' 역시 8강 본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 고작 1년 넘는 기간 사이에 만들어진 팀인 것을 감안하면 세계 수준과 상당히 격차를 줄였다. '노아'팀을 이끄는 송호성 팀장은 "충분히 싸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 대회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샤바(폴란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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