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혁의 엔터비즈]SM의 '크리스 쇼크' 대응법, "이게 최선입니까?"

기사입력 2014-05-19 05:52


그룹 엑소가 데뷔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엑소의 멤버 크리스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엑소의 향후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악재 중의 악재가 터졌다. 지난 15일 '대세돌' 엑소(EXO)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M의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15일 하루만 시가총액이 600억원 가까이 빠졌다. '크리스 쇼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가요계 뿐만 아니라 방송가, 증권가 등 관련업계 또한 이번 사태의 추이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동방신기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단기악재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 쇼크'의 파장과 이후 전망도를 그려보자.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첫번째 단독 콘서트를 여는 엑소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

일단 주가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SM은 16일 코스닥시장에서 장중 약세를 이어가다 막판엔 오히려 전날보다 소폭(0.11%) 오른 4만6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당장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므로 이번 '크리스 쇼크'는 단기 악재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당장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엑소의 첫 단독 콘서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크리스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경우 추가적으로 팀을 이탈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슈퍼주니어가 당초 13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9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그룹 인원이 줄어드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크리스 쇼크'에 임하는 엑소 멤버들도 이같은 맥락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엑소의 구호인 '위 아 원(We are one)'을 통해 11명의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

중국에서 활동하는 엑소의 유닛 '엑소-M'의 중국인 멤버들은 17일 중국의 인터넷 매체인 텐센트오락과의 인터뷰에서 '위 아 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크리스의 행동을 '신의를 저버런 나쁜 행동'(타오)으로 규정하고, "우리 11명 멤버의 생각은 모두 같으며 콘서트 준비에 매진할 것"(루한)이라고 힘 줘 말했다. 시우민 또한 "이럴 때일수록 우리 11명의 멤버들은 단합해서 팬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콘서트 준비에 전념하겠다. 위 아 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엑소 멤버들의 뜻이 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면, 그 정점은 첫 단독 콘서트가 될 전망이다. 엑소는 이번 기회를 통해 완벽히 하나된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엑소 특유의 '칼군무'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 무대를 연출해내며, 크리스의 빈 자리를 최소화해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팬들에게 11명을 하나의 완전체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다면, 이번 '크리스 쇼크' 파장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위 아 원'에 맞서는 '당랑거철', 팬심은 어디로?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사태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후 소송 절차가 본격화되면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지, 통제 불가능한 돌발 변수가 얼마나 튀어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멤버간 SNS 등을 통한 폭로 등이 이어지면 결국 그 불똥은 오롯이 엑소에게 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팬심이 요동치는 것 또한 크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난 2009년 동방신기 멤버 3명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SM의 주가가 두 달 동안 약 34%가량 빠졌다. 양측이 법정 안팎에서 설전을 벌이면서 팬들간 갈등까지 극대화됐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록 SM의 부담은 커진다.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은 수년에 걸쳐 진행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 과정에서 얼마나 서로 생채기를 낼지 가늠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업계에서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이번 이슈가 험한류와 결합되는 것.

크리스는 지난 1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자신의 심경을 처음 올려 눈길을 끌었다.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기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빈다는 뜻). 잘 지내고 있다"는 말로서, 자신을 SM이라는 강자에 맞서는 약자로 설명한 것. 이같은 크리스의 의도가 그대로 먹힌다면, 불붙기 시작한 중국 한류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후 크리스의 행보 또한 업계에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바, 엑소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화권 시장을 염두고 두고 만들어진 그룹이다. SM이 데뷔 단계부터 특히 중화권 시장에 공을 들여온 만큼, 이미 상당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멤버 개개인의 스타성 어필 또한 일정 궤도에 올라있다는 평이다. 그래서 크리스가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처럼 이후 중국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여러모로 한경과 크리스는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한경 또한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고, 소송 사유나 담당 변호사 또한 동일하다.


단지 SM만의 문제일까?

가요 관계자들은 이번 크리스의 소송건에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중국인 멤버 영입에 적극 나섰던 기획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연습생을 발굴해서 트레이닝하는데 수년의 세월과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래서야 어디 투자를 할 수 있겠냐"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건강이나 정서상 어려움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면 왜 지금껏 침묵하다가 스타덤에 오른 이 시점에서 소송을 한 건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아시아권 연습생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는 결국 중지되거나 축소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 섞인 주장도 나온다.

따라서 업계에선 한국과 중국 양국간 협약이나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속사와 가수 개인간 계약의 불공정성이 있다면 당연히 개선되어야하지만, 가요 제작자 입장에선 '기껏 키워놓으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버리는' 상황만큼은 막아야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양국간 문화교류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한 아이돌 그룹의 제작자는 "크리스 사태는 자칫 양국간 감정 싸움으로까지 변질될 위험이 있다. 그러다보면 교류 자체를 막는 사태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며 "그러기전에 비즈니스 내에서 반칙이 통하지 않게하는 국가간 협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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