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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박수'를 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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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종가는 5060원. 열애로 인한 직격탄은 극복한 셈이지만, 이후 더 큰 문제는 수지 열애의 후폭풍이다. 수지 개인의 문제를 떠나, 그녀가 속한 그룹 미쓰에이의 활동에 또 하나의 장벽이 생긴 셈이다. 초반 관심사가 열애에 집중되면서 1년 5개월 만에 컴백하는 미쓰에이의 새 앨범은 화제몰이에 있어 뒤로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지난달 30일 미쓰에이의 쇼케이스에서도 수지와 이민호의 열애 관련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 상단을 차지하는 등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17개월간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이번 앨범을 위해 노력해온 다른 멤버들에겐 상당히 힘이 빠지는 일. 열애 사실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면, 새 앨범 홍보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묘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공식적으로 JYP는 수지와 이민호의 만남에 대해 몰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말이 거짓이어도 문제겠지만,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건 내부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이야기다. 일반 제조사로 치면 몇년간 수억을 투자한 신상품이 나왔는데, 정작 내부의 다른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신상품이 언론의 주목에서 밀려나는 양상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적 대책 또한 전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가운데 가뜩이나 활동하는 가수 폭이 넓지 않은 JYP가 2AM과도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으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AM은 지난 1월 계약이 종료됐으며, 이중 조권은 재계약을 했다. 그러나 임슬옹은 싸이더스HQ와 전속 계약을 했고 정진운은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막판 조율 중이다. JYP는 "팀 해체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사실상 소속사가 달라지면서 일정 조율은 불가능에 가까워진 상태. 더욱이 임슬옹과 정진운이 연기 분야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2AM을 무대에서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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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JYP가 주춤하는 사이 가요계 후발 주자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그중 대표주자는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된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 FNC는 지난해 매출 601억원, 영업이익 115억원, 순이익 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매출액은 21%,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09% 및 174% 증가한 수치다.
후발 주자인 FNC의 이같은 급성장의 이유는 무엇보다 탄탄한 수익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속 가수인 FT아일랜드, 씨엔블루의 중국 현지 콘서트 확대와 걸그룹 AOA가 인지도 제고를 통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또 한중 FTA 타결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마 제작에도 나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FNC는 PD 5명, 작가 5명과 계약해 드라마 제작을 준비 중이며 최근에는 첫 작품인 '고맙다, 아들아'를 KBS2를 통해 방송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달 23일 자회사인 FNC아카데미 중국법인인 'FNC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FNC Global Training Center)'가 중국 상하이 천수만문화예술센터에 문을 열었다. FNC아카데미는 중국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등의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같은 수익구조 다변화는 엔터비즈니스가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이다.
메이저 회사답게 SM과 YG는 일찍이 수익구조 다변화에 성공했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업앤다운이 심할 수 밖에 없는 스타들의 콘텐츠가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질적 문제라 할 수 있는 수익구조의 불안정성을 극복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SM은 서울 삼성동 SM TOWN 코엑스 아티움을 통해 자사 콘텐츠를 활용해 관광 레저 산업으로 만들어내는 저력을 입증했다. 중국 관광객들 뿐 아니라 국내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말 그대로 원소스멀티유즈의 성공사례로 자리를 잡았다. YG 또한 배우매니지먼트부터 시작해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비해 후발주자들에게 매출 등 규모적 측면에서도 밀리고 있는 JYP는 현재로선 달걀을 나눠담을 다양한 바구니를 만드는데는 영 소질이 없어보인다. 한때 '빅3'를 형성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SM YG 등에 비해 부가 사업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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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의 수장인 박진영이 지난 20년간 작곡한 노래만 508곡에 달한다. 그 중 1위에 오른 곡이 무려 42곡이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20년간 한 해도 빠짐 없이 1위 곡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꾸준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에너지를 보여주는 박진영이 4월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 지난 2013년 9월 '놀만큼 놀아봤어'가 수록된 EP앨범 '하프 타임' 이후 1년 7개월 만의 신곡 발표다. 소속 가수들의 앨범을 챙기랴, 'K팝스타' 심사를 하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판인데 자신의 새 앨범이라니 놀라운 활동력이고 에너지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티스트 박진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떠할까.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들은 직접 무대에 서서 춤추고 노래를 하는 아티스트 박진영보다는 JYP의 수장 박진영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진영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국 음반사들의 운영 방식을 해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SM, YG하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10년 뒤를 보고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어떻게 (콘텐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할까'였다"고 주장한바 있다. 당시 박진영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시스템화하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는 말로 또 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JYP의 운영 시스템 등에 있어 다른 기획사와의 차이점은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러하기에 "잡스의 죽음 이후 애플이 무너지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JYP 내, 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박진영의 생각은 어찌보면 타이밍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로서 박진영의 열정과 감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CEO로서 투자자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설득하고, 신뢰를 심어주는데 있어서는 지금까지는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지난 20년간 쌓은 박진영이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점을 사업적으로 잘 활용해야 할 때 아니냐"며 "투자자들은 박진영이 아티스트로서 활동의 전면에 나서길 바라기 보다는 프로듀서와 기획사 수장으로서 JYP를 SM-YG와 경쟁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주기를 더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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