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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에게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이미 연기로 전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그다. 이제 '전도연' 세글자 만으로도 그의 작품을 믿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 기대를 다시 한 번 충족시켜줄 작품을 들고 그가 스크린에 컴백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무뢰한'에서 전도연은 밑바닥 인생을 살지만 사랑에 목을 매는 여자 김혜경 역을 맡아 또 한번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극중 김혜경이 정재곤(김남길)을 앞에 놓고 혼자 소주병에 건배를 하며 술을 마시는 장면은 외신들도 극찬한 장면이다. 특히 트위치 필름(Twitch Film)은 "혜경이 가진 여러 얼굴을 연기하는 전도연은 스크린 위에서 자석처럼 관객을 끌어들인다. 손님들에게는 웃음을 팔고, 소주 병에 '짠'하고 건배하며 홀로 술잔을 기울이거나 연인의 품 속으로 녹아 들면서 온통 어두운 그녀를 둘러싼 세계 안에서 찰나 같은 평온을 찾는다"고 전도연의 입체적인 연기력을 칭찬했다. "혜경은 수많은 남자를 겪어본 여자잖아요. 그들의 허세를 다 아는데 정재곤이 어설퍼 보인거죠. 그래서 '너와는 건배를 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하는 혜경의 행동이에요."
전도연은 올해 네번째로 칸을 찾았다. "자주 가는 건 좋은데 이번처럼 일정이 빡빡하면 너무 힘들어요. 공식 스크리닝이 있는 날 새벽에 도착해서 그날 스케줄하고 다음날 인터뷰하고 바로 돌아왔어요. 칸에 있는 동안 피로에 시차적응이 안되서 계속 비몽사몽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일정 때문에 오래 있지를 못했거든요."
그래도 칸을 자주 찾은 배우라 칸 지역에 대해 잘 알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좋게 무너졌다. "다들 칸에 가면 제게 물어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에 한준희 감독님도 저한테 물어보면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 잘 몰라요.(웃음) 2010년 '하녀'때 발표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있어서 좀 머물렀던 것 빼놓으면 늘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갔던 동네만 조금 알아요. 매번 들르는 곳도 문구점 하나 뿐이에요. 한국식당 앞에 있는 건데 딸 선물사려고 가죠."
지난 해에는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하기도 했다. "연기를 할 때는 매 순간 의심을 했어요. 그런데 심사를 해보니 '그동안 내가 했던 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그동안 고집하고 타협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틀린게 아니라는 격려같은 거였어요. 세계적인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든든해진 거죠. 그런 점에서 참 감사했고 값진 경험이었죠. 그래도 연기할 때가 나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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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여배우 중 한명이라는 수식어답게 전도연은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도 있다. "깐깐할 것 같고 무섭기도 하다더라고요.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것 같고….(웃음) 아니예요. 블랙코미디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저 자체가 코미디에 맞는 성격적인 부분이 있어요. '남과 여' 같이 했던 공유 씨나 지금 김남길 씨도 절 재밌어하는데요."
그래도 촬영 현장에서는 빈틈이 없다. "현장에서는 배우든 막내 스태프든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돼야 시너지가 좋게 나거든요. 풀어져서 실수하는 것 보다 낫죠. 다들 어느 정도의 긴장은 하고 있는게 작품에 좋은 것 같아요."
전도연은 올 해 가장 바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무뢰한' 뿐만 아니라 '남과 여' 그리고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까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이에요. 솔직히 '협녀'는 2004년 '인어공주'를 할 때 박흥식 감독님과 약속한 거거든요. '나중에 무협을 할 때 꼭 전도연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재작년 어느날 감독님 SNS프로필에 '협녀'라고 쓰여져 있는 거예요. '아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웃음) 그리고 곧바로 섭외 전화가 왔구요. 10년을 기다린거죠."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